샤키친
학생 때 알바로 허클베리핀의 콘서트 무대 영상을 만든 적이 있다.
콘서트를 마치고 그들이 당시 상수에서 운영하던 '샤bar'에서 뒷풀이를 했었는데,
좀 전까지 무대에서 다크 아우라를 발산하던 그들을 마주 보고 함께 과메기를 먹고 있으려니...
안 그래도 껌껌한 조명 아래 담배연기에 취하고 과메기의 비린 맛에 취해
정신이 아득해졌던 기억이 난다...
작년 여름, 김녕을 산책하다가 우연히 '샤키친'이라는 가게를 발견했다.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설마... 가까이 가서 가게 안과 밖을 들여다보니 이 공간의 주인은 그들이 맞았다.
허클베리핀이였다.
며칠 뒤, 호기심에 샤키친을 방문했다.
밴드의 보컬인 소영언니가 있었다.
아주 잠깐 스친 인연이기 때문에 날 알아볼 리는 없다.
단지 여기서 보게 되어 신기하고 반갑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식사를 마치고 조심스레 얘기를 꺼냈더니 소영언니는 흠칫 당황 한 듯했으나 곧 반가워해주셨다.
진작 말했으면 서비스라도 줬을꺼라며...
쑥스럽기도 하고 서로 민망한 순간인 듯하여
"저 근처 게하에서 스탭으로 지내고 있으니까 자주 올께요!" 라고 말하곤 서둘러 문 밖을 나서려는데,
소영언니는 줄만한게 없어 미안하다며 내 손에 귤 두개를 쥐어주셨다.
그 뒤로 또 가볼까 생각은 했었지만 기회가 좀처럼 되진 않았고
곧 그들도 음악 작업에 집중하느라 가게에 있는 날이 적어졌다.
그리고 난 곧 서울로 컴백.
생각지도 못했던 순간,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옛 추억과 마주했다는 게 재밌기도 하고 묘하기도 하다.
그리고 이것은 제주도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녕맛집' '김녕술집'정도로 SNS에 소개되고 있는 김녕의 샤키친은 나에겐 2007년 홍대에서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는 추억의 장소가 될 것 같다.
글/그림 YO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