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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a Aug 22. 2017

멸치국수

춘자멸치국수





메뉴는 단 두 개.
보통 4,000 / 곱빼기 5,000

작은 가게 안엔 긴 탁자 하나뿐이고 손님도 나뿐이다.
주인 할머니는 단숨에 끓어오른 양은 냄비와 깍두기 접시를 신속하게 내어주시곤 

다시 방에 들어가 이미 반쯤 누운 친구 할머니와 인간극장에 집중하신다.
빨간 고춧가루와 파를 듬뿍 얹어낸 국수의 모습은 이 집 메뉴판처럼 단순하고, 확신이 느껴진다.
제주도 서쪽에서 맛보았던 멸치국수와는 확연히 다른 맛이다. 
한림읍의 비타민 국수가 맑고 깔끔한 맛의 육수였다면 이곳의 국물은 멜의 진하고 묵직한 향이 있다. 
곰곰한 시골 맛이 느껴지는 촌스러운 멸치육수 맛인데도 신기하게 비린 맛까지는 가지 않았다. 
짜다. 국물을 꽤 남겼다. 밍밍하게 일어나 밍밍하게 인사를 드리곤 나왔다.
'맛집까진 아니네.'

그 뒤로 한동안은 생각나지 않았다.
그런데, 더위가 한풀 꺾이고 장맛비에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는 요즘. 

이 집 멸칫국물 냄새가 코앞에 있는듯이 아른거린다. 
혼자 우산 쓰고 터벅터벅 찾아가 긴 탁자에 혼자 앉아서 
그 진하고 짠 국물을 마시곤 다시 밍밍하게 걸어 나오고 싶다.
'맛집까진 아니네...'
이렇게 생각날 때 찾아 먹고, 또 한동안은 생각나지 않을 그런 맛.





글/그림 YONA

instagram.com/wheres_y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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