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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a Mar 30. 2017

아쉬운 한모금을 떠나보내며






S언니는 나보다 먼저 이 게스트하우스에 온 스탭 선배로서 내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 고마운 사람이다. 한 번은 S언니가 스탭 기간이 끝나가기 전에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며 풍림다방에 가보자고 했다.

언니는 그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풍림브레붸와 티라미수를 맛보고는 '이렇게 맛있는 줄 알았으면 그동안 자주 와봤을 텐데...'라며 마지막 남은 아쉬운 커피크림을 천천히 즐겼다.





S언니는 예전에 심리상담가로 일했었다고 한다. 인간의 마음에 대해 연구하고 실제로 내담자들을 만나며 그들을 위로할 수 있음에 보람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상담가인 스스로가 입는 상처들이 있었고,

결국 일에 대한 회의감과 건강상의 이유로 퇴직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S언니와 대화를 나눌 때는 자연스럽게 속 얘기를 털어놓을 때가 많았던 것 같다.

퇴직에 관한 얘기와 삶에 대한 고민, 심지어는 어릴 적 상처들과 종교적 이야기 등 아주 개인적인 얘기까지 꺼낼 만큼 우린 다양하고 폭넓은 주제에 대해 나누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온 우리가 낯선 제주도에서 만나 이렇게 속 깊은 얘길 나눌 수 있음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녀는 이곳에서 나를 만난 건 신의 뜻인 것 같다고 했다. 나와의 대화를 통해 공감하고 또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음으로서 스스로가 치유됨을 느꼈고, 그동안 신에게 물어왔던 질문이 있었는데 그에 대한 답을 나를 통해 찾은 것 같다고... 다시 고향에 돌아가게 되면 심리학 공부를 다시 시작해보고 싶어 졌다고 했다.


나는 지금도 내가 그녀에게 어떤 치유가 되었는지

또 제주도에서의 시간들이 그녀에게 어떤 삶의 답을 주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저 조금은 알 듯한 인생의 비밀 한 가지는

우리가 만나는 모든 인연에는 의미가 있다는 것. 그리고 헤어지는 것 또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글/그림 YONA

instagram.com/wheres_y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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