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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부신 날 Aug 07. 2023

침대에서 책읽기

게으름을 위한 침대용 독서대


[침대에서 책 읽기 - 게으름을 위한 침대용 독서대]


목디스크 수술 이후 무거운 책을 읽고 독서하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 책을 아래로 놓고 목을 숙여서 책을 읽어선 안 된다. 가능한 눈 높이에 책을 맞춰 올려야 하는데, 얇은 책인 경우에는 그게 가능한데 두께가 좀 있는 책은 어려웠다. 손에 책을 들고 눈높이에까지 올려서 장시간 독서를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큰 딸 아이가 바이올린 레슨 강습을 할 때 사용하는 악보 보면대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거실 쇼파에 앉아 높이를 조절하니 딱 좋았다.



보면대 활용의 장점은 여러가지였다.

우선 높이 조절이 마음대로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키가 큰 사람이든 작은 사람이든 상관없이 누구나 자신이 읽고 싶은 눈 높이에 보면대 높이를 조절해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장점은 책의 등을 대는 보면대 바닥 부분이 넓다는 것이다. 보면대가 크면 당연히 수용 가능한 책의 크기도 커진다. 보면대는 악기를 놓고 연주자들이 볼 수 있도록 한 것이어서 악보를 양쪽으로 펼쳐서 놓을 수 있는 가로 세로 크기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특별한 모양의 책이 아니고서는 대부분 다 보면대 안에 자리를 잡을 수 있다.


그렇지만, 보면대 독서를 하다보니 한 가지 불편한 것이 생겼다. 바로 장소에 대한 것이다. 보면대는 어딘가에 앉아 있을 때만, 그리고 앞쪽에 훤히 트여 있어야만  그곳에 보면대를 세우고 책을 읽을 수 있을 수 있었다. 가령 쇼파에 앉아서 책을 읽을 때는 매우 유용했다. 하지만 식탁의자에 앉을 때는 사용할 수가 없다.


식탁에 앉게 되면 가슴 쪽에 식탁이 놓이게 되어 보면대를 놓을 수가 없다. 그리고 식탁에 일단 독서대를 놓으면 높이가 낮아서 고개를 숙여서 책을 읽어야 한다. 목이 아픈 나로서는 조금 곤란하다.


무엇보다 가장 아쉬운 것은 침대에 편안히 누운 것도 아니고, 등을 딱 펴고 앉은 것도 아닌, 비스듬히 등쿠션에 등을 대고 반쯤 누워서 책을 읽고 싶을 때다. 사실 욕심이 좀 과하지 않은가. 아무런 방법이 없다. 침대에서는 안하게 비스듬히 등을 기대고 무거운 책을 읽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나와 같이 좀 게으른 사람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런 게으른 사람을 위한 독서대가 이 지구상 어딘가에는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해서 찾아낸 것이, 식탁과 침대에서도 책을 읽도록 도와주는 다리형 독서대다. 이런 독서대가 실제로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그저 유치한 아이들 아이디어 수준이겠거니 했는데, 수요가 많은가 보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니 다음날 바로 배송이 되어 왔다.



이 독서대는 다리를 살짝 접으면 식탁에서도 눈 높이에 맞춰서 책을 읽도록 설정할 수가 있다. 그리고 가장 좋은 점은, 다리를 사람이 걷는 것처럼 살짝 구부려 조절하면 두 다리를 사이에 쑥 밀어넣고 침대에 앉아서 책을 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조금 더 높이가 있었다면 침대에서도 완벽하게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 터인데, 이 제품은 다리가 2단밖에 되지 않아 살짝 고개를 아래로 내려야 한다. 하지만 책을 눈에서 조금 멀리 두면 이 부분도 어느 정도 상쇄가 된다.


침대에서 책을 읽다니, 이보다 더 기쁠 수가 없다. 음악을 틀어놓고, 등을 쿠션에 기대고, 스르르 책을 읽다 잠에 취해도 좋다. 이러다 점점 더 게을러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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