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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부신 날 Aug 18. 2023

[비켜난 삶]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최은영



다희도 그녀도 서로의 연락처를 묻지 않았다.

그녀는 다희의 삶에서 비켜나 있었고,

다희 또한 그녀에게 그랬다.


....


그녀는 여전히 그녀인 채로 살아 있었다.





오랜만에(8년 만) 만났으면서

일 년동안 출퇴근 카풀하면서 속 깊은 대화를  했었으면서


우연히 같은 공간에서 만나 며칠 있었으면서

둘은 헤어지면서

서로의 연락처를 묻지 않았다.




저는 가끔 여자님들의 친화력에 깜짝 놀라곤 합니다.

여자, 라고 어떤 대상을 뭉뚱그려 칭했지만

결코 일반화 될 수 없음을 압니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죠.


어쨌든 옆지기의 경우를 보자면,

전혀 모르는 사이였는데,

금방 말을 트고,

금방 친구가 되더란 말입니다.


남자들은 안 그렇거든요.

술이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될 말입니다.


저는 술을 먹지 않으니

그래서 금방 친해지는 여자분들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옆지기에게 물어보면

한 명 정도만 붙임성 있는 사람이 있으면

모두 같은 연대감으로 금방 친해질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물론 사람의 관계는 상대성을 가지고 있으니

모두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남자도 마찬가지로 금방 친해질 수 있는

그런 분들도 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읽은 책, 최은영 작가의 최신작품집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 실린

두 번째 단편, '일 년'의 마지막 부분은


같은 여자이면서,

일 년을 같이 카풀을 하고 다니며

미주알고주알 서로 의지하며 생활했음에도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상처를 받고

끝내 아물지 않는

그런 모습을 보여줍니다.



가슴이 찌르르.

애잔한 마음이 들더라구요.


어쩌면 그런 모습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일 수도 있구요,

내 삶에 너가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지는 않는 삶.

굳이 너랑 엮이고 싶지 않는 삶.


약간의 벽을 세우고 살고 싶은 관계.

그런 것들에 대해서

오늘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외로우면서도

외로울 너를 받아들이지 않는

소심하고 이기적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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