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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부신 날 Oct 14. 2023

(책꼬리단상) 감정 흡수율

사장의 마음

[감정 흡수율]

흡수율은 감정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감정타격이 올 때, 제 아무리 강단 있다 해도
'일정량'만 받아들일 수 있다.

(사장의 마음, 김일도, 63쪽)



갑자기 비가 많이 쏟아졌습니다.
아스팔트는 비를 흡수하지 못해 탕탕 위로 튕겨냅니다.

내리는 비를 땅이 다 흡수하고 받아들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가족들이 쏟아내는 기쁨, 슬픔, 억울함, 분노 등을 모두 다 흡수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실. 나 자신 감정 하나 건사하기 힘들 땐, 가족이라 할지라도 세심하게 공감하고 흡수하기가 어렵습니다.

몸이나 마음이 감정을 흡수하는 양이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감정의 흡수총량에는 타인의 감정뿐만 아니라 자기자신의 감정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인의 감정이 심하게 요동칠 땐 그 싸움만으로도 이미 지쳐 떨어집니다.

감정에는 에너지가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타인의 감정을 흡수하면 자신의 에너지가 그만큼 소진됩니다. 오래 전  가족상담실을 운영할 때  느꼈습니다. 타인의 감정을 흡수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지 말입니다. 생명사랑협회와 공동으로 자살 예방  전화상담도 진행했었는데, 정말 전화 한 통을 끝내고 나면 밥 생각이 없어질 정도로 에너지가 쏙 빠져나갔습니다.

그래도 할 수만 있다면, 포근한 흙이 되어 눈물로 흘러내리는 저 비를 다 받아내고 싶습니다. 차라리 내가 빗물에 무너져내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음을 알기에, 나 자신을 알고, 적당한 선에서 손을 놓습니다. 그저 미안한 마음만 가득합니다.

사라지는 에너지만큼 다시 채워지면 좋겠습니다. 밥을 먹는 양이 점점 줄어드는 것처럼, 감정도 에너지도 조금씩 줄어드는 것만 같습니다.

비가 내리고 나면
기온이 더 떨어진다고 합니다.

감정은 다 흡수하지 못하더라도,
내 온기는 나누어줄 수 있길 기도해봅니다.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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