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는 눈이 왔고 어제는 눈발이 내렸으나 잠시 오후에 햇살이 들었다. 요즘 들어 햇살이 더욱 그립다.
아침에 아내가 아침을 먹고 있는데 눈을 떴다. 내가 자고 있으면 아내는 이제 깨우지 않는다. 나를 위한 배려다. 나는 왜 혼자 먹냐며 식탁에 앉았다. 요즘엔 마주 앉기보다 나란히 앉아 창으로 풍경을 보며 식사를 한다.
카레를 해 놓았는데 아침부터는 무거운 재료니까 아침은 그냥 국과 밥을 추천해준다. 까먹기 전에 갑상선약을 먼저 먹고 직접 갈아만든 쥬스를 따랐다. 색이 주황색이다. 늘 케일 때문에 녹색이었는데 어제부터 주황색으로 바뀌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당근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그렇게 되었단다. 맛이 나쁘지는 않다.
아침을 먹고 약을 먹었다. (그러고보니 고지혈증 약을 빼먹었다. 이제 빼먹지 않고 먹여야 하는 약이 자꾸 늘어나다보니 아차 하면 빼먹고 만다. 이 글을 다 쓰고나서는 꼭 먹어야지.)
잔잔한 찬양 연주 CD를 틀어놓고 성경책을 펴보았다. 어제 읽다가 실패했다.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아 결국 시편 한 편을 다 읽지 못하고 밤에 자기 전에 아내에게 읽어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일단 거실 창문 블라인드를 위로 바짝 올려 바깥 세상을, 소음이 차단된 세상을 유리창으로 먼저 조우한다. 이 시간이면 햇살이 떠오를 시간 같은데 태양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아침에 동쪽에서 해가 떠오르면 거실에 내가 앉은 쇼파에서부터 햇살이 나타나 오후가 되면서 거실 건너편 책장쪽으로 이동한다. 겨울인 요즘에도 오후 다섯 시경까지 햇살이 있다. 그러다보니 거실은 난방을 하지 않아도 내부 온도가 26도까지 오르기도 한다.
오늘 아침에 읽은 성경 말씀은 시편 31편 앞부분이다.
"여호와여 내가 주께 피하오니 나를 영원히 부끄럽게 하지 마시고 주의 공의로 나를 건지소서.
내게 귀를 기울여 속히 건지시고 내게 견고한 바위와 구원하는 산성이 되소서.
주는 나의 반석과 산성이시니 그로므로 주의 이름을 생각하셔서 나를 인도하시고 지도하소서."
시편을 읽을 때마다 다윗의 그때를 생각한다. 다윗의 이 기도가 얼마나 내게 힘을 주고 위로를 주는지 모른다. 다윗과 함께 하신 하나님께서 내게도 반석이 되시고 산성이 되시고 나를 인도하시고 부끄럽게 하지 아니하실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출근 준비를 마친 아내가 옆으로 와 내 손을 꼭 잡고 기도를 한다.
이제 내가 아내 배웅을 한다. 위치가 바뀌었다. 예전에는 아내가 문 밖에 서 있던 자리에 내가 서서 잘 갔다올게, 자기도 파이팅, 하면서 손을 흔들고 나갔는데, 오늘은 내가 중문 앞에 서서 문밖에 선 아내를 향해 손을 흔든다.
내 오늘은 비어있다. 현재 계획된 일은 썩어버린 고구마를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고 오는 일, 그리고 설거지를 하는 일.
최근 집에만 있었더니 근력이 많이 약해짐을 느낀다. 팔다리 근력을 어떻게 평범하게 운동할 것인가가 숙제다.
오늘 하루, 햇살을 기다려본다.
(약을 먹다보니 오늘 한의원 가는 날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지금부터 씻고 준비하고 나갔다 오면 오전은 다 지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