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부신 날 Mar 29. 2024

(독서후기) 나는 괜찮은데 그들은 내가 아프다고 한다

정상과 이상의 경계

(선한리뷰) 나는 괜찮은데 그들은 내가 아프다고 한다
-자신이 이상한 줄 모르는 사람들

저자 : 니시다 마사키


한 줄 문장 : 건강하다는 건 자신의 이상을 알아채는 것이다.




얼마 전 머리를 감다가 나도 모르게 잠시 기억을 잃으며 기절을 하는 바람에 머리를 바닥에 있는 타일에 크게 부딪쳤던 적이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나는 분명히 머리를 감으려고 샴푸를 머리에 묻히고 왼손으로 샤워기를 들고 오른손으로 머리를 헹구고 있었는데, 몇 초가 지나갔는지 모르는 시간 뒤에 나는 타일에 머리를 찧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그보다 한 주 전에도 아침에 일어나 옷을 입다가 머리가 어지러워 휘청하면서 방바닥에 넘어진 일이 있었다. 오른쪽 팔에 멍이 들고 지금도 그쪽 부분을 만지면 아프다.

나는 우선 현재 먹고 있는 공황장애 약을 의심했다. 의사선생님이 지난 번에 약 용량을 조금 높이자고 하면서, 혹시 어지러운 증상을 느끼면 말해달라고 했었다. 어떤 환자들은 넘어지곤 한다면서. 나는 아침에 일어나 활동을 시작하면서 어지럼증을 느낀 것이 확실했다. 그래도 우리집 가족력으로 뇌졸중이 있어서 계속 신경 쓰이고 걱정도 되었다. 다음 번 병원에 가서 그 얘기를 하니까, 만약 뇌졸중이었다면 지금 여기에 앉아 있지 못할 거라고 말하면서 웃었다. 그래서 어지럼증을 느끼게 하는 약을 하나 줄였다.

이 책은 병식, 그러니까 자신이 무슨 병에 걸려 있는지를 알아차리는 자기병식에 관한 정신과 의사의 관찰 기록글이다.  정신과에서는 병식이 아주 중요하다고 한다. 자신이 치매에 걸려 있는지를 알고 대처하는 것과,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아예 모르고 있는 상태와는 하늘과 땅만큼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상'을 인식하는 일. 100퍼센트 맞진 않지만 이에 가까운 뜻의 용어가 정신의학 분야에 존재한다. '병식'이란 단어다. (44쪽)

일본식 단어로 보이는 '병식'이란 단어를 우리나라 병원에서 우리나라 의사들이 사용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역자가 이를 확인하고 번역했는지는 잘 모른다. 그래도 병식이라고 부르니 이해는 할 수 있는 단어다.


책에서 '병식'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논한 사람이 체코의 정신과 의사인 아놀드 픽이며, 처음에는 '질병 의식'이라는 개념으로 도입했다고 설명한다.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신의 병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병식부터 '어쩌면 병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불안 수준의 병식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아내는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 수준이다. 어디가 아프다 하면 그쪽 인터넷 자료를 막 찾아보고 암이 어쩌네 하면서 과대 불안을 조성한다. 남편을 염려하는 마음이 커서 그렇겠지만 그렇게 늘 불안을 조장하면 같이 불안해지는 안 좋은 점이 있다. 이번 사태에서도 나는 빠르게 공황장애 약 때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아내는 약간 의심하는 눈치였지만, 언어 등 다른 부분에서 전혀 의심할만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 지금은 안심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이 정신과 의사로 근무하면서 겪은 다양한 사례, 조현병, 망상성 우울증, 양극성 장애, 자기애성 성격장애, 치매, 아스퍼거 장애, 경계성 성격장애 등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의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대부분 정신과적 질병에 관한 것인데, 책을 읽다보면 이런 정도로 정신과에 입원한다고?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의 내 기준으로 본다면 미약한 사례들이 꽤 나온다.

그런 사례가 많은 이유는, 정상과 이상의 경계가 그만큼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단순한 우울증 같고 직장생활에 별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갑자기 자살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환자가 있었다. 단순한 말 장난일지, 진짜로 자살을 시도할지를 판단할 수 없다. 관련된 의사들이 모여 세미나 같은 회의를 하고, 환자도 불러서 대면 질문을 하면서 입원 여부를 결정한다.

저자는 '정신의 병 혹은 정신의 문제는 신체에 일어나는 병이나 문제와는 달리 종잡을 수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나는 이번 건강검진에서 갑상선저하증까지 나타나서 아침마다 공복에 약을 먹는다. 가끔은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증과 무력감이 나타나곤 하는데 그게 어디에서 연류된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우울증 같기도 하고 갑상선저하증에서 온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약을 먹고 있어도 그런 증상이 나타나나?)

저자는 우울증 환자에게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망상이 '죄업 망상', '빈곤 망상', '건강 염려 망상'이라고 했다. '죄업 망상'은 자신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했다'고 말하며 자책하고 자신이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무거운 죄를 지었기 때문에 벌을 받을 거라고 확신하는 것이다. '빈곤 망상'은 자신의 무능력이나 과실로 인해 가족 모두가 가난해질 것이라고 확신하는 망상이다. '건강 염려 망상'은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이 3대 망상은 자신을 도덕적, 신체적, 경제적인 면에서 부당하게 낮게 평가하는 망상이기 때문에 자신이 느끼는 불안이나 공포, 주위에 대한 불신과 경계, 이해받지 못하는 데에 따른 초조와 분노가 늘어난다고 한다.

최근 들어 많은 현대인들이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오고, 정신건강과를 찾는 사람의 수도 늘어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울증이 이러한 망상을 함께 초래한다는 것을 이번 책으로 조금 심각하게 인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자살 시도를 하거나 갑자가 타인을 위해하는 위험성이 높다고 한다.

나 역시 최근에 공황장애로 인해 정신과 병원을 정기적으로 가서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약 처방을 받는다. 나 역시 예전에 심리상담 센터를 운영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상담한 경험이 있다. 정신과 의사와의 차이라면 상담센터에서는 약을 처방하지 않는다. 대신 심리검사를 많이 하고 많은 이야기와 심리치료 요법을 통해 내담자가 건강한 자아를 갖도록 돕는다. 물론 상황이 아주 심각할 땐 꼭 정신과 병원을 가서 약을 처방받으라고 얘기를 한다.

자신이 병에 걸려 있는지를 자각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생각하니 끔찍한 생각이 든다.

요즘 들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진다. 어느새 60이 되었고 10년이 지나면 70이 된다고 생각하니, 77세에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도 난다.

나는 내 병을 자각하고, 내가 의사결정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태에서 내가 가족들과 이별하길 소망한다. 그것도 하나의 축복일 것이다. 하나님이 하늘로 부르시는 그 순간까지 내 의식이 또렷하길 기도한다.

우울증과 정신과가 이제는 휴대폰이 흔해진 것처럼 우리 일상에 깊게 파고 들었다. 그만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회가 되었다는 증거다. 직장 일도 스트레스를 크게 주지만, 가족 관계, 주변 환경, 성격 등 모든 것이 영향을 미친다.

나를 잘 이해하고, 내 성격과 건강에 알맞게 내 감정을 조절하고, 또 타인과는 부담되지 않을 적당한 거리를 두고 건강하게 내 삶을 잘 살아가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드디어 인터넷 서점에 들어왔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