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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부신 날 Apr 10. 2024

나를 선물로 주고 싶다

책꼬리단상-바흐

[나를 선물로 주고 싶다]

이 시기에 바흐는 다선율 혹은 단일선율로 만들어지는 모든 것을 다 시도해보려 했던 것처럼 보인다, 라고 19세기 초에 전기작가 포르겔은 쓰고 있다.

그리고 20세기에 안톤 베베른은 이렇게 덧붙였다.

 "바흐에게서는 모든 일이 다 일어난다. 연작 형식을 훈련하고, 음 영역을 정복하는 일, 최고도로 결합을 하려는 시도 등이다."

그러한 태도로써 바흐는 스스로 어려운 생의 임무를 떠맡았다. ... 바흐는 끊임없이 새로운 그리고 흥미로운 형상화의 가능성을 탐색하였다. 마치 언제나 문젯거리를 찾아다니기라도 한 것 같다.  (마르틴 게크, J,S, 바흐, 68쪽)




이 책 64쪽에서 저자는 "인간은 자신의 가능성들을 가늠하고 그것을 형상화해나간다."고 말하며 바흐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설명한다.

바흐는 시대의 흐름, 시대적 유행을 뛰어넘어 자신의 가능성을 극한대로 몰아붙이며 자신이 시도할 수 있는 모든 음악들을 만들어보려고 했다. 그래서 오르간 궁정 악장이 된 뒤에도 이탈리아에 가서 비발디적 협주곡도 공부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계속 받아들이고 자신의 수준에서 다시 재배열하고 창조해냈다.

그 중의 하나가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무반주 첼로 소나타와 모음곡 들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멜로디 악기가 독자적으로 멜로디와 반주의 기능까지 하는 것. 그래서 하나의 완성품을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도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했다. 그 예로는 쾨텐에서 완성된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무반주 바이올린 모음곡 BWW 991~1006번, 무반주 첼로 소나타와 무반주 첼로 모음곡 BWV 1007~1012번 등이 있다."



나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참 좋아했다. 2CD로 된 긴 음악을 하나의 악기로만 연주하는 것을 듣는다는 것은 상당한 인내를 필요로 하는 것이지만, 바흐의 이 음악은 지루함이 들어올 틈이 없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긴 시간 그 선율에 푹 빠지고 만다.

이 모든 것은 바흐라는 작곡가이며 오르간 연주자 그리고 궁정단장으로서 그가 끊임없이 자기를 연마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우리는 그의 음악을 들으며 행복과 기쁨을 누린다.



회사 퇴직한 지 어느 새 3개월이 지났다. 벌써 오래 전 일인 것만 같다. 이번 주 토요일, 성인 글쓰기반 수업을 드디어 시작한다. 바흐처럼, 내가 가진 모든 역량을 다 동원하여 1기 수업을 훌륭하게 마치고 싶다. 당장은 큰 수입이 되지 않더라고 이 1기 수업이 그 마중물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바흐처럼, 자신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가늠하며 확장하고 결합하고 훈련하고, 싶다.

다시 일을 한다는 사실이 기대와 설렘도 있지만 무의식 속에서는 나를 아직 힘들게 하고 있나 보다. 다시 호흡이 힘들어지고  불안감이 증폭되어 나를 공격한다.

"그러한 문제를 가지고 자신을 시험해봄으로써 최종적인 최고의 선율을 가진 음악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로 인간정신의 긴장이 필요한가를 보여주려는 것처럼 행동했다." (같은 책, 69쪽)

바흐는 자신의 연습실에서 계속 연습했다. 음악을 창작해내기도 해야 했지만, 오르간이며 하프시코드며 바이올린을 연주해야 했고, 수많은 과외를 하고, 또 악단 지휘를 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최고의 열심으로 해내었다. 그리고 결혼하고 가정도 이루었다.

그는 1722년 경에 함부르크로 여행을 가서 그곳 시의회와 도시의 수많은 귀빈들 앞에서 교회 오르간으로 2시간 이상을 연주하여 청중에게 음악의 아름다움을 선물했다고 한다.

자신의 것을 선물로 줄 수 있는 사람.
나도 내가 가진 달란트, 재능, 그것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단순한 소망이 아니라,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성취하는 사람, 나를 스스로 경영하는 사람이 되자.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저녁.
음악을 들으며, 음악가의 일생을 읽으며, 나의 미래를 생각한다. 오늘은 그런 날이다. 한 음악가의 인생이 내게 선물로 들어오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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