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밀러의 『아버지의 빈자리』 141쪽
인생에는 우리가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문젯거리가 있기 마련이다. 누구도 예외는 없다. 그중에서 가장 힘든 교훈은 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체스에서도, 인생에서도 우리 모두는 지게 되어 있다.
(도널드 밀러의 『아버지의 빈자리』 141쪽)
내가 살아온 인생이 성공이냐 실패냐,를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면, 타인에게 묻는다면 내 인생은 세상과 사회가 가지는 일반적인 기준과 가치관에 의해 실패라고 규정지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한때 한국과 서구의 중산층 비유가 회자되었습니다. 한국의 중산층 기준은 부채 없는 30평 이상 아파트, 월 급여 500만 원 이상, 2천 cc급 중형차 소유, 예금액 잔고 1억 원 이상 보유, 해외여행 1년에 1차례 이상 다닐 것이었습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저는 다섯 가지 조건 중 단 하나의 조건에도 해당하는 것이 없습니다. 구차해서 일일이 하나씩 어떤 부분이 아닌지 설명할 마음은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패배자 중의 패배자 수준입니다.
그렇지만 영국의 중산층 기준에 따른다면, 페어플레이를 할 것,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질 것, 독선적으로 행동하지 말 것,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할 것, 불의 불평 불법에 의연히 대처할 것의 다섯 가지 조건 대부분에 다 해당할 것 같습니다. 영국에 가면 중산층 소리를 들을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물론 이렇게 비교되어 돌아다니는 정보가 사실은 진짜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미국이나 영국도 중산층의 기준을 기본적으로 소득 범위를 기준으로 정해놓았습니다. 그리고 소득 외 기준으로 두고 있는 부분이 우리가 알고 있는 영국, 미국 등의 기준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의 소득 외 기준으로 “상당한 수준의 소득과 자산, 여유로운 생활과 삶의 질, 사회적 기여와 시민의식” 등으로 정의했는데, 소득 외 기준임에도 여전히 소득, 자산, 여유로운 생활 등이 조건으로 들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정확한 비유가 아닐 수 있지만, 어쨌든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물질적 가치관이 조금 더 우위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학생 때부터 무한경쟁을 합니다. 몸으로 경쟁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웁니다. 친구들이 보지 않을 때 한 시간이라도 더 공부해야 합니다. 내가 이겨야 하니까 그렇습니다.
오늘 책의 본문에서 저자는 “지는 법을 배우기”가 가장 힘들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기는 자만이 살아남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옆사람을 이겨야만 합니다.
이기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되었습니다. 이기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입니다. 저는 올림픽을 싫어합니다. 왜냐하면 한 사람의 승리자 외에 나머지 모두를 패배자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2등을 하고서도 굵은 눈물방울을 뚝뚝 흘리게 만드는 것이 승패를 가르는 게임입니다.
승리하는 것만이 가장 높은 가치가 될 때 우리는 더 많이 슬픔을 경험하고 절망을 경험하고 불행을 경험합니다. 10개 팀이 게임을 한다고 하면 결국 아홉 개 팀은 모두 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사실 지는 것이 더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는 것에 대해, 이기지 못한 사람보다 더 노력을 안 했다거나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냅니다. 이기는 것이 당연한 세상에서는 지는 것이 죄가 됩니다. 게으른 사람이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삶 속에서 성공보다 실패를 더 많이 경험합니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지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우리가 경험하는 패배의 시간들이 몽땅 지옥으로 변할 지도 모릅니다.
지는 것에 훈련되어 있지 않으면 자신에게 닥쳐오는 모든 사건들은 불평의 근원이 될 것이고, 세상이란 원망스러운 그 무엇이 될 것입니다. 결국에는 자기 자신마저 싫어질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진지하게 지는 법을 배우고 실패에 익숙해진다면, 세상은 감사가 넘쳐나는 곳이 될 것입니다.
겸손을 몸으로 체득하게 될 것입니다. 교만의 옷을 버리게 될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좀 더 많이,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기고 지는 게임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이기려고 이를 악다물고,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기보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지는 것에 익숙해지는 훈련을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