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린치의 『인간 인터넷』 75쪽
(마이클 린치의 『인간 인터넷』 75쪽)
인터넷의 장점은 나를 숨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가령 저는 제 본명을 숨기고 예명이라는 이름으로, 필명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이름을 사용합니다. 나는 본명을 밝히지 않는 이상, 이름과 이름에 상응하는 개인 정보를 제시하지 않는 이상, 사람들에게 나를 익명성의 하나로 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나는 그 무엇입니다.
그래서 그것이 조금 편할 수 있습니다.
나를 조금 더 깊이 드러낼 수도 있습니다.
내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내가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어디 가서 내 험담을 늘어놓지 못할 것입니다.
기껏해야, 어제 인터넷에서 말이야~ 하는
또 다른 익명의 누구의 이야기로만 전달되겠지요.
인터넷의 또 다른 장점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현대 사회에서
전혀 알지 못했던 누군가를 만나게 한다는 사실입니다.
이 글을 읽는 브런치 독자, 백독클 가족, 북적북적 회원님, 페이스북 친구들만 해도 제가 기존에 알았던 분들보다 몰랐던 분들이 더 많을 것입니다.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친구들이 더 많은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1990년대에는 천리안이라는 피씨통신이 있었죠. 그때 문학동호회, 우리말글사랑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오프라인으로 만났던 많은 사람들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1박 2일로 정기모임도 했었죠. 하늘이, 작달비는 어디에 있는지. (저는 그 당시 이름이 ‘바라뫼’였습니다.) ‘우리말글사랑동호회’ 으뜸지기를 할 때 큰딸이 태어났는데 정말 전국 회원들이 온갖 모습으로 축하를 해주어 감동했던 일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트위터에서 만난 친구, 페이스북에서 만난 친구, 네이버 밴드에서 만난 친구들이 있습니다.
가상의 세계이지만, 가상은 다시 현실로 돌아오고,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던 사람들이었지만,
처음 만나도 이전부터 알던 사람처럼 따뜻한 마음이 드는 건
아직 인터넷이 사람의 체온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능청스럽게) 인터넷의 인이 사람 인(人)인 건 다들 아시죠?
이 글도 인터넷에 올라가는 글.
손으로 쓴 원고도 아니고,
종이에 인쇄된 활자도 아니고,
어딘지 모르는 가상공간에,
0,1,0,1,0,1 암호로 쓰인 글자들이
헤쳤다 모였다 하며
제 체온을 전합니다.
인터넷을 통해 더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더 따뜻한 사람을 기다릴 게 아니라,
내가 먼저 그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