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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봄날 시편

(시를 쓰며) 들갓꽃을 만나면

봄꽃시

by 봄부신 날



[들갓꽃을 만나면]


갓 눈을 뜬 아침
눈을 감고 달려도
선명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꽃은 너무
생생하고 진실이어서
진실이고 우주여서
우주이고 태초여서

걸음을 멈추고
숨을 멈추고
진리 앞에서 눈비늘 벗겨지듯
네 앞에서 눈은 기어코
열리고야 만다

작은 바람에 한없이 흔들리는 몸
땅 귀퉁이 겨우 집을 삼고
긴 목숨 노랗게 짓이겨
생명을 잉태한다

들에 피면 들갓
이파리 붉으면 홍갓
그래도 꽃은 모두 노랗고 찬란하다

너를 마주하면서
내가 미안한 것은
네가
세상보다 더 노랗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숨 다시 들이키고
눈 다시 감고
너를 떠나야 비로소
나는 내가 된다
노랗게 갓 물들인 채
그렇게 달린다
너를 지울 수가 없다
결코
잊을 수도 없다
나는 노랗게 흠뻑 적셔진 채
달리고 또 달린다

노랗게 노랗게 달려간다



2024.05.19
후조 요나단 이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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