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시
<주름잎 꽃>
1.
슬픔의 시간을 견디고 나면
젖은 몸에 화석처럼 박히는
주름 한 줄
겨울의 한기를 견디지 않으면
네가 태어나지 않는다는 걸 알아
지울 수 없는 상처 새긴 채
너를 받아냈구나
얼마나 작은지
얼마나 여린지
그렇지만 얼마나 아름다운지
주름이 백 개 생긴다 해도
널 포기할 순 없었지
2.
친구도 누이도
아무도 찾는 이 없는
바위틈 나 홀로
낮게 엎드려 우네
볼품없이 자라난 내가
얼마나 슬펐는지
왜 나를 낳았냐고
주름도 창피해
숨고만 싶었지
3.
검고 깊은 주름이
사랑이라는 걸
사랑이 없으면
세상이 존재할 수 없다는 걸
내가 바로 그 주름이고
그 주름의 사랑이고
그 사랑의 세상이라는 걸
몰랐네
4.
알았네
햇살 한 줌 슬그머니
바위틈 비출 때
바람 한 줌 살며시
여린 입술 흔들 때
나도 한껏 부풀려
입술 가득 주름으로 채웠지
차라리 내가 주름이고 싶어
온몸 가득 주름이고 싶어
꽃턱 가득 힘을 주고
죽을 듯이 나를 받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