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다시 일어서는 사람) 내 삶의 우울

by 봄부신 날

(내 삶의 우울)


죽음을 눈 앞에 두고 협박하는 내 인생에 들이닥친 네 번의 끔찍하고 무시무시하고 공황장애. 그들은 각각 서로 다른 모습으로 변장하여 나를 윽박지르고 어르고 조였다 풀었다 하면서 나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결혼 직후부터 결혼 30주년을 맞는 올해까지 공황장애는 거의 10년 주기로 찾아왔다. 그리고 그 녀석의 정체를 알기까지는 20년의 세월이 걸려야 했다.


녀석은 내 삶에 우울이라는 그다지 친하고 싶지 않은 친구를 데리고 왔다. 공황은 거의 대부분 우울을 동반한다. 혼자 오지 않는다. 가끔은 불면증이라는 녀석까지 트리오로 함께 와서 머리를 들쑤시고 낭떠러지로 떨어뜨리기도 한다.


이번에 거의 10년 만에 찾아온 반갑지 않은 손님, 네 번째 공황장애는 우울증과 불면증을 동시에 데리고 왔다. 공황장애 증상은 가장 약했지만 우울증과 불면증을 함께 데리고 오자 그 위력은 내 삶의 동적인 부분을 집어삼키기에 아주 충분했다. 우울증은 갑상선항진저하증과 함께 무력감으로 나를 하루종일 침몰시켰다.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마치 코로나 증세로 가족으로부터 완전히 격리되어 혼자 된 것처럼 그렇게 시간 속에 버려졌다. 침대 위에서 겨우 죽을 한 술 뜨고 다시 거꾸러지고 한 걸음도 밖으로 나가지 않는 일상이 이어졌다. 사람이 산다고 표현하기 어려운 절망과 포기와 체념과 고독이 몸서리치게 날 휘감았다. 몸은 살아 움직이고 있으나 결코 살아있다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모든 것은 정지되어 있었다. 마치 파도에 온 몸을 내맡긴 채 해변가로 떠밀려오는 미역줄기 같았다. 자기 스스로 무엇을 해내는 의지는 소멸된 지 오래였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역동적인 움직임은 없었다. 그것은 행동을 포함해 정신과 생각과 의지를 모두 포함해도 그러했다. 흐느적거리는 것처럼 보이는 해파리도 사실은 추진력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저 파도에 몸을 내맡기지 않는다.


내가 공황장애로 쓰러진 그 자리가 바닥이라면, 마지막 밑바닥이라면 바닥을 짚고 올라갈 일만 남았을 테지만, 그 자리는 시작에 불과했다. 끝도 없이 아래로 아래로 추락하고 또 추락했다. 우물은 깊었고 텅 빈 공간에 텅 텅 빈 울림으로 나를 가득 채웠다.


공황장애는 죽을 것 같은 공포를 경험하며 몸이 반응을 하는 것이라면, 우울증은 죽음으로 인도하는 깊은 사색이다. 이렇게 살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것이 낫지, 살아서 뭐하나, 하는 깊은 체념과 절망감은 죽음이라는 단어를 친구로 만들고 죽음이 더 이상 공포가 아니라, 곧 실행할 수 있는 가까운 미래의 그 무엇인 것처럼 살갑게 다가오도록 한다.


어쩌면 나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도 있겠구나.

우울은 그렇게 나를 세뇌시켰다.

빨리 우울에서 탈출해야 했지만, 바깥으로 나가면 공황이 나를 덮쳤다.

안으로 숨으면 우울이 나를 죽음의 벼랑으로 밀고 갔다.


다시 일어서야 했다.

계속 죽음과 밀고 당기는 협상을 지속할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면의 에너지는 더 빨리 소진되었다.

다시 일어서는 힘이, 구원의 손길이 필요했다.


햇살.

태양은 모든 에너지의 기원이다.

식물, 동물, 그리고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에너지 공급원이다.

햇살을 쬐는 시간을 늘이기 시작했다.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햇살을 쬐는 건 가능했다.


햇살은 긍정의 아이콘이다.

따뜻한 햇볕은 마음의 어두운 구름을 조금씩 밀어내기 시작했다.

적당한 온기가 심장으로 들어오면서, 따뜻한 햇살이 얼굴을 비추고 가슴을 채우면서 우울은 서서히 햇살과 협상하기 시작했다.


나는 드디어 바닥에 닿았다.

햇살 한 줄기만 들어오는 그곳에서 나는 얼굴을 들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이 있다고 생각할 수조차 없던 바닥에서, 햇살은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그렇게 창을 통해 가슴으로 들어왔다.


햇살은 우울과 상대할 줄 알았다. 몸을 움직이게 하는 법도 알았다. 나는 일어나 앉았다. 햇살을 쬐고 나자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우울을 세상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공황장애가 얼마나 사람을 힘들게 하는지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공황장애 일기와 퇴직일기가 밑바닥에서 시작되었다.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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