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어서는 힘) 첫 번째 공황장애 사건

by 봄부신 날


(첫 번째 공황장애)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공황장애는 '특별한 이유 없이 예상치 못하게 나타나는 극단적인 불안 증상, 즉 공황발작(panic attack)이 주요한 특징인 질환이라고 정의한다.


공황발작은 극도의 공포심이 느껴지면서 심장이 터지도록 빨리 뛰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며 땀이 나는 등 신체증상이 동반된 죽음에 이를 것 같은 극도의 불안 증상을 말한다.며 증상에 대한 부연설명을 해준다.


지금 돌이켜볼 때 내 인생의 첫 공황발작은 30년 전 그 때 일어났다. 그때는 그것이 공황발작인지도 알지 못했다. 아내와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갔다 온 직후였다. 처가에 사촌 형님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었다. 사촌형님들은 마치 무슨 조직 00파 무리처럼 근엄하게 상하 순서에 따라 자리에 앉아 있었다. 사실 따뜻하게 대해주려고 했겠지만 내 눈에 그렇게 비쳐졌을 수 있다. 나는 아직 장인어른과 장모님도 대하기 어려워 하고 있는 상황인데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촌 형님들이 예닐곱 명 자리에 앉아 있으니 자연히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어느 분이 더 형님인지 서열도 알지 못했고 술잔은 뫼비우스 띠처럼 돌았다. 나는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 회식을 가서도 팀장의 끊임없는 권유를 뿌리치고 마시지 않았었다. 신앙을 지키기 위해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하자 팀장은 자기도 교회 집사라며 아무 상관 없다고 했다. 사실 내 바로 위 직속상사 역시 교회 집사였고 교사까지 했는데 술을 무척 좋아했다. 하지만 내가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것을 알자, 나를 보호하기 위해 무척 노력해주었다.


문제는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몽둥이로 발바닥을 맞아야 하는 그 순서가 기다리고 있는 처가집에서의 상황이었다. 나는 장인어른과 형님들이 주는 잔을 도저히 거부할 수가 없었다. 몇 잔을 받아 마셨는지 기억을 할 수는 없지만 나는 중간에 어디론가 사라졌고, 마침내 화장실에서 서서히 마비 증상이 일어나고 있는 채로 발견되었다.


그건 아마도 내게 처음 다가온 극도의 공포심 때문이었으리라. 기억을 되돌려보면 극도의 공포는 내 심장을 카오스의 움직임으로 예측불허한 상태로 빨리 뛰게 했고 그로 인해 심한 과호흡으로 산소 부족 상태를 맞이했다. 산소 부족은 곧바로 뇌에 영향을 미쳤고 뇌는 기능 마비가 일어나면서 신체의 여기저기를 스스로 타격했다. 추운 듯 전신을 떨면서 나는 내가 아닌 채로 서서히 온몸이 마비되고 있었다.


놀란 가족들은 나를 업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신경안정제와 링겔을 맞으면서 의사는 이렇게 해서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며 엄포를 놓았다. 그 후로 나는 알콜 기운이 조금이라도 들어간 것을 마시면 같은 증상을 맞이했다. 약간의 포도주, 한 모금 정도의 샴페인에도 나의 뇌는 즉각 공포 반응을 일으켰다.


아내 친구 부부 내외와 저녁으로 백숙을 먹으면서 포도주 한 모금을 삼켰다가 과호흡으로 발작 초기 증상이 나타나 친구 내외를 걱정에 빠트리게 하고 혼자서 방에 누워 안정되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늘 술을 마셨고, 늘 어머니와 다퉜다. 어린 시절 그렇지 않은 집이 어디 있었겠냐마는 나는 술이 가정 평화를 깨는 주범임을 어릴 때부터 알아챘다. 어른이 되면 어느새 부모를 닮아 있다고 말들을 하지만, 나는 아버지를 보면서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랬는데, 술을 마시면 공황이 오도록 신은 아예 원천을 차단의 극단 처방을 내게 내렸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감사하다. 첫 번째 공황장애는 아직도 내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여전히 진행 중이다. 남과 북이 정전 협정을 맺지 않고 휴전 협정을 맺어 아직도 실질적으로는 전쟁 중인 상태인 것처럼, 내 첫 번째 공황장애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건 아마도 죽을 때까지 나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지금 네 번째 공황장애로 약을 먹고 있지만, 첫 번째 공황장애를 일으킨 원인 변수는 돌연변이처럼 혼자만의 변이로 독단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인생에 네 번이나 공황장애를 손님으로, 불청객으로 맞이했다.


오늘 저녁에도 공황장애 약을 먹었다. 오늘은 기분이 많이 우울하다. 그럼에도 나는 내일을 기다린다. 오늘은 오늘로 끝을 내야 한다. 다시 일어서는 힘. 그것은 이렇게 내게 일어난 일을 글로 옮김으로써 얻어지기도 한다.


이제 내게 일어난 네 번의 공황장애 사건을 역순으로 다 이야기했다. 나의 원가족은 모른다. 나와 아내만 알고 있는 비밀스런 사건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라고 주저 앉아 있어야 하는가.

그럴 순 없다.

일어서서 걷고 뛰고 앞으로 달려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기 위해서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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