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

어른이 슬프게 걸을 때도 있는 거지

by 봄부신 날

[사소한 일]

사소한 일이라는 게 있기는 한 것일까. 한 사람 안에서 사소했던 일이 점차 거대해지고, 한때는 거대하다 여긴 일들이 한없이 사소해지기도 하는 시간을 매일, 성실하게 걸어가고 있다.

이전에는 몰랐던 작은 꽃을 보며 감동하는 마음이 아줌마나 할머니가 되어가는 일에 포함되는 거라면, 어디 한 번 기꺼이 늙어볼 참이다.

(어른이 슬프게 걸을 때도 있는 거지 | 박선아 저)


회사 앞 빌라 화단에 작은 꽃이 피었다. 까만 열매가 매달렸다. 혼자 이리저리 움직이며 접사로 사진을 찍어본다. 까마중이라는 이름이 저절로 떠오른다.

작은 꽃을 보며 감동하는 일이 늘어나면
좀더 늙어가는 거랬지.

나는 조금씩 더 빨리 늙어간다.



까마중 열매를 손으로 만져본다.
완벽하게 매끄럽고 완전히 단단하다.
그래서 또 감동한다.
너는 완벽하구나.



저녁 하늘에 떠 있는 구름도
그 존재만으로 완벽하고
완전하다.
그래서 또 감동한다.

10월이 되었는데도
반팔을 입고 있는 것이 어색했는데
마침 긴팔 옷을 꺼내 입도록
날씨마저 완벽하다.
그래서 가을이라는 계절 앞에서,
떨어지는 밤송이 앞에서
은행나무 아래서
가을을 맞이하고
또 감동한다.

비 내리는 아침, 커피 한 잔에 또 감동한다.

카톡 소리에 무심코 휴대폰을 열어 잠금을 해제한다.


“사랑해요. 오늘도 힘내세요.”

예상치 못했던 짤막한 글 한 줄에 울컥, 눈물이 나려 한다.


사소해 보이는 꽃 한 송이가 잠시 웃음을 준다.

사소한 글 한 줄이 긴 하루를 버티게 한다.

오늘도 그 힘으로 살아간다.

나도 사랑한다. 활짝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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