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이 전부다

한강, 바람이 분다, 가라

by 봄부신 날

[ 순간이 전부다 ]

나에게 중요한 건

그리는 순간이니까.

그게 전부니까.

(한강, 바람이 분다 가라, 28)



순간이 전부일 수 있을까?

문득 이 문장을 붙들고 늘어진다.


소설 속에서 앞뒤 자르고 나는 이 한 문장에 걸려 넘어진다. 비틀거린다.

순간만이 전부라면 남겨지지 않은 순간, 사라져버린 순간은 무엇으로 증명할까?


순간은 증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순간은 순간으로 존재할 뿐이다.


가만히 순간을 헤아려보면, 순간이 모여야 전부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또 한 편으로는 순간만으로는 결코 결과를 완성하지 못한다는 것도 알게 된다.


순간의 속성은 존재와 비존재다. 현재에는 존재하지만 즉시 사라지는 것이 순간이다.

순간을 살아내면서 나는 순간을 잊어버린다. 방금 건너온 저 강을 나는 흘려 보낸다.

순간은 강의 물살과 같아서 존재하지만 떠나가는 존재다. 붙잡을 수 없는 존재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내겐 너무 소중하다.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이 순간.

당신을 생각하고, 당신을 사랑한다고 느끼고, 입술을 움직여 조그맣게 말하는 이 순간,

“당신을 사랑해요.”


사랑의 충만이 고요하게 모든 순간을 덮는다.

모든 순간을 당신으로 채운다.


그러니까, 나는 사라지는 순간마다 당신을 생각하고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을 고백한다.

순간이 전부라는 말이 헛된 말이 되지 않도록, 이 순간. 당신만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