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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부신 날 Oct 29. 2016

<독서후기> 국가 통치권자의 중요성과 위험성에 대한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을 읽고

저는, 솔직히 고백합니다만, 고등학교 때 태종태세문단세~ 이후로 외우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걸 왜 외우는지도 잘 몰랐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철이 들면서 역사를 알게 되고, 역사를 아는 게 왜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면서 역사와 관련된 책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더 고백하자면, 대입 논술 강사 활동을 하면서 좀 아는 척을 해야했기에 허겁지겁 삼켜 먹은 적도 있었습니다.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일제강점기, 육이오전쟁,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역사는 왕들에 의한 통치와 민중들의 반란, 외세의 침략과 대응 그리고 신하들의 충정과 세력다툼들이 주된 이야기였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보니, 역사는 정말 재미있게 수업할 수 있는 영역인데 왜 옛날에는 그렇게 단순 암기만 시켰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요.)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은 일터 독서동아리 토론도서  투표 때 신입 여직원이 자기 스승이었다며 설민석의 이 책을 추천하여 결정된 책입니다. 책이 두껍고 무겁고 해서 여러 우려가 들었지만, 지금까지 알고 있던 장르와는 확연히 다른?, 조선 역사 입문서였네요.

26명(맞나?)의 조선 왕을 순서대로 특징과 업적을, 인터넷 강의하는 말투 그대로 옮겨놓은 책입니다. 역사를 상당히 알고 있는 분에게는 싱거워도 너무 싱거운 책이 될 듯 하고, 저처럼 태종태세~ 수준인 분에게는 조선 역사를 쉽게, 아주 쉽게 쭈욱 훑어 흐름을 알게 해주는 도움이 되는 책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림과 도표들이 가득해서 학생들 역사 입문서로도 손색이 없네요. 다 읽었으니 고딩 딸에게 읽어보라고 줄 생각입니다.

이 책이 준 좋은 점은 물론 기본적인 조선의 역사를 개략적으로 알게 되었다는 것 외에도, 요즘 대한민국의 통치권자 문제와 겹쳐지면서, 왕이 어떠해야 하는지, 한 국가의 리더는 어떤 자여야 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오히려 조선의 역사를 보면서 부러웠습니다. 부러운 것은 조선에는 선왕도 있었고 악왕도 있었지만, 그들 주변에는 간신도 있었겠지만, 진짜 나라를 생각하는, 목숨을 내어놓고 직언하는 충신들이 많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책을 읽다보니 어떤 부분에서는 왕이 아니라, 신하들이 조선을 이끌어갔다고까지 생각할 수 있는 대목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저 신하들이 아니었다면 조선은 진작 망했겠구나, 그런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게 부러웠습니다. 조선의 마지막,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안타깝게 역사의 물줄기가 바뀐 부분이 있지만, 전 세계에서 유래없는 500년 동안 한 왕조를 이어온 그 도도한 물줄기. (그 동안 중국은 여러 번 나라가 흥왕을 했죠.) 그 조선이 있게 한 힘의 바닥에는 백성을 진정 사랑하는 왕들이 있었고, 진정 국가를 위하는 신하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위기 때마다 국가를 위해 떨쳐 일어난 의병들도 숱하게 많았구요.

그게 부러웠습니다. 지금의 이 나라를 보면서, 그 신하들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나라가 부패하고 어지러워지면 백성들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맨 밑바닥에 있는 풀잎들이, 힘도 없고 빽도 없는 사람들이 농기구를 들고 일어났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도 가장 힘이 없는 대학생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펜을 던지고 촛불을 집어들었습니다. 각 대학의 시국선언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가 시월 유신을 하고, 10월26일 시해를 당할 때, 나라의 모습도 많이 어지러웠죠. 역사가 주는 교훈은 과거의  그것을 발판 삼아 더 나은 미래를 만들라는 것인데.

우리의 자녀들이 살아갈 미래. 더는 엉망진창이 되지 않길 간절히 소망하면서 책을 덮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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