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 인생론
사람의 내면의 모습과 사람이 갖추고 있는 것, 즉 인격과 인격의 가치가 행복과 안녕의 유일하고도 직접적인 요인이다. 그 이외의 것들은 모두 간접적인 것이다. (<쇼펜하우어 인생론> 38)
한편, 이러한 재산 중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마음의 명랑함이다. 왜냐하면 명랑함은 다른 무엇을 기다릴 것도 없이 그 자체의 장점으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명랑한 사람에게는 언제나 명랑하게 지낼 수 있는 원인이 있다. 그 원인이란 다름 아닌 그가 명랑하다는 사실이다. 다른 어떠한 재산도 완전히 대신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보다 뛰어난 장점은 없다. (39)
내가 지금 가지지 못한 재산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명랑함이다. 나는 시종일관 진지하고 심지어 우울하기까지 하다.
아내는 내가 공황장애 이후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고 말을 한다. 아재개그도 사라지고 없다며 나를 걱정했다.
어제 큰 딸의 생일이어서 모처럼 온 가족이 모여 저녁을 먹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모처럼 위트 있는 유머도 한 마디 덧붙였다. 아내는 나의 아재개그에 큰 감명을 받았다. 자녀들 앞에서, 아빠가 드디어 예전 모습을 되찾았다고, 처음으로 명랑한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말하며 좋아했다.
아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그동안 내가 얼마나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지냈는지 알 것 같았다.
쇼펜하우어는 그 어떤 재산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 '명랑함'이라고 말한다. 내면의 모습, 사람이 갖추고 있는 것. 내 주변 환경에 의해 내 명랑함이 우울함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내게 주어진 명랑함 그 자체로 인해 명랑함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내게 주어진 재산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젊은 시절, 나는 주변 친구들로부터 유머가 많은 사람으로 통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는 재미가 없는 사람, 웃음이 사라진 사람, 명랑함이 사라진 사람이 되어 갔다.
우리가 쇼펜하우어를 염세주의자로 알고 있지만, 그는 실제 음악을 좋아했으며 날마다 한 시간씩 플릇으로 로시니의 음악을 연주했다. 음악이 자신을 가장 행복하게 해준다고 했다. 음악이 행복의 원천이라고 했다. 그도 행복을 추구하던 사람이었다.
명랑함,이라고 하니, 올해 읽었던 헤르만 헤세의 대작 <유리알 유희>라는 작품이 떠오른다. 소설 속에서, 음악은 명랑성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또, <꾸뻬씨의 행복여행>이 기억난다. 그가 적었던 행복에 관한 법칙들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
Q. 타인에 의해 행복해 보이는 것, 웃고 있는 것으로 진정 그들이 행복하다 판단할 수 있을까? (웃는다는 것은 행복하다는 것인가?)
왜 도시에서 본 아이들은 항상 웃고 있는가? 그들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거리에서 살고 있었고, 대부분 신발은 물론 자신들을 돌봐 줄 부모조차 없는 아이들이었다. 어른들이 웃지 않는 것은 그들의 삶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 하지만 왜 아이들은 행복해 보이는 걸까?
...
"아이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 아직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에요. 아이들은 비교를 할 줄 몰라요."
"큰 슬픔을 겪은 아이들은 다들 세상을 떠나 버렸기 때문에 우리가 그들을 볼 수 없는 거예요. 명랑한 아이들만 살아남은 거죠." (103)
명랑함은 생존에 매우 필수적인 것이다.
오늘 하루 내게 불어닥칠 강풍과 변화무쌍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내가 굳건하게 지켜내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명랑함>이다. 내 명랑함의 원천으로 내가 속한 사무실, 가정이 함께 웃고 명랑한 분위기가 되며 좋겠다. 명랑함이야말로 온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 가장 강력한 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