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꼬리단상> 22. 인간이라는 게 부끄러워지는 순간

허클베리핀의 모험, 273쪽

by 봄부신 날

"아이고, 슬프도다. 불쌍한 우리 동생.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구나. 두 번 다시 볼 수 없게 되다니. 아아, 이런 무정한 일이 있나!" 왕은 흐느껴 울면서 공작 쪽을 바라보며 두 손으로 멍텅구리짓을 해보였다. 그러자 공작은 여행 가방을 떨어뜨리고는 울음보를 터뜨렸다.

정말 이 두 놈처럼 지독한 사기꾼들은 난생 처음이었다.


…전에도 이러한 꼴을 구경한 적이 있다면 나는 차라리 백인이 아니고 검둥이라고 해도 좋았다.


인간이라는 게, 정말이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허클베리핀의 모험, 273쪽)


이 부분은 허클베리핀의 모험 가운데, 허크, 짐과 함께 뗏목을 타고 떠돌아다니는 두 사기꾼이 장례를 당한 피터 월크스 씨 가족에게 다가가 유산을 몽땅 가로치는 장면이다.


허크의 사고가 이미 당시의 나쁜 관습을 거부하는 전형적인 인물로 묘사되지만, 그와 함께 다니는 이 두 명의 사기꾼 역시, 하늘 위의 하늘처럼, 세상을 얼마나 쉽게 부패시키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묘하게도, 이 부분을 읽으면서 지금의 대한민국을 보게 한다. 얼마 전 영화 "허드슨 강의 기적"을 보면서, 눈물 지으며 세월호를 떠올리던 때와 같다. 그 마음이었다.

허드슨강의 기적.jpg


책에서 두 사기꾼은 윌크스 씨가 거하는 마을사람들을 통째로 속였다. 허크는 그들이 거짓으로 마을사람들을 속이고 돈을 갈취하는 것을 알았지만 그것을 알리지 않았다.


어쩌면 허크는 두 사람의 사기 행각을 옆에서 도운 청와대 실세들과 같다. 알면서도 권력에 기대거나 편승했다. 임금님을 태운 당나귀와 같은 존재들이라고 할까. 그렇지만, 허크는 속으로, 인간이라는 게 정말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그는 속으로만 생각하고 그 거짓 왕족으로 따라 다녔고 심지어는 돕기까지 했다. 돈도 얻었다. 흘리는 콩꼬물을 주워 먹었다.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게 정말 부끄러워진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자녀들에게도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해외에 나가는 것도 부끄러울 정도로.


그런데 우리는 혹시 허크와 같은 모습은 아닐까.

알면서도,

부끄럽다고 생각하면서

계속 따라 다니는 허크와 같은.


위기가 곧 기회라면, 지금이 진짜 대한민국을 세울 더 없이 좋은 기회라는 사실.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마음만은 따뜻할 수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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