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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독서결산) 해외문학 10선

by 봄부신 날

[2024년 독서결산 - 선한독서가의 세계문학 10선]

2024년에 읽은 150권 중 해외소설과 세계문학 및 고전문학은 총 26권으로 17%의 높은 점유율을 차지한다. 해외소설과 세계문학 및 고전으로 구분하였는데, 해외소설은 국내를 제외한 타국 소설 가운데 민음사, 문예출판사, 을유문학사 등에서 시리즈물로 발간되는 도서 외에 단권으로 출간되는 도서로 정의하였다. 세계문학은 민음사 세계문학 시리즈 등 각 출판사에서 동일한 표지 패턴을 가지고 세계문학 전집 시리즈로 책을 내는 경우에 포함시켰다. 고전이 조금 모호한 영역이긴 한데 현대지성에서 시리즈물로 내는 인문철학서를 포함시켰다.

엑셀에서는 각각 구분해서 정리했지만 여기서는 26권의 책 가운데 10권의 책을 선정하였다. 이미 읽었던 책을 재독, 삼독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책은 제외시켰다. 그렇게 제외된 책은 '오베라는 남자' 카뮈의 '이방인' 밀란 쿤데라의 '농담' 같은 책이다. 2024년에 읽은 26권의 해외문학 가운데 선정된 10권은 아래와 같다.

존 윌리엄스- 스토너
베티 스미스 - 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
존 스타인 벡 - 붉은 망아지, 불만의 겨울
크누트 함순 - 땅의 혜택
리처드 브라우티건 - 워터멜론 슈거에서
마야 룬데 - 벌들의 역사
페루난두 페소아 - 불안의 책
헤르만 헤세 - 유리알 유희
카렐 차페크 - 로봇
톨스토이 - 톨스토이 인생록, 참회록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는 사실 두 번째 읽게 된 책인데, 처음 읽을 때와 다가오는 느낌이 전혀 달라 10권의 책에 선정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노인과 바다> <닥터 노먼 베쑨>과 함께 인생책으로 선정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만큼 올해는 이 책을 읽을 때 큰 울림이 있었다. 고요함 속에서 돌멩이 하나가 호수에 떨어져 파장을 일으키며 멀리 퍼져나가는 원처럼 그렇게 내 마음을 조용히 흔들었다.




무엇보다 가장 강렬했던 책은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였다. 그가 이 책을 쓰고 나서 노벨문학상을 받았기 때문에 수상에 가장 영향을 끼친 책이기도 하다. 책 분량이 많을 뿐더러 정확하게 정의를 내리기 어려운 '유리알 유희'의 추상성까지 겹쳐 책을 읽어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러나 책에 빠져들수록 그가 모든 문학적 역량을 총동원하여 써내려간 역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떨림과 울림이 느껴졌고, 그래서 더없이 아름다운 작품으로 내게 남았다.




신간 소설로 가장 신선했던 책은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워터멜론 슈거에서>이다. 리뷰도 작성했지만, 초현실주의 작품으로 상상력의 깊이가 너무 커서 거시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작품을 이해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몽환적이고 현실적인 서사가 범상치 않다. 리뷰에서 쓴 한줄평을 다시 적어본다. 멀리서 보면 달콤해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쓰디 쓴 인생과 세상을 알게 해준 책. (이 책은 책장 어디에 꽂혀 있는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서 사진을 못 찍었었다.)

26권의 책 모두 즐겁고 유쾌하고 진지하게 읽어 후회가 없었다. 니체의 '차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나, '쇼펜하우어의 인생론'이 선정되지 않은 것은 이 작품들이 형편 없다거나 내 수준에 미치지 못해서가 아니다. 나는 충분히 유익하게 읽었고 내 삶에 자양분으로서의 큰 역할을 해주었다. 다만 우선순위에서 다른 책에 조금 밀린 것뿐이다.

2025년 해외소설, 세계문학, 고전문학 작품으로 어떤 책들을 만나게 될지 벌써 설레인다. 그 기대가 크다. 새해에는 클레이 키건의 세 작품으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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