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모를 걱정

로빈슨 크루소, 방드르디

by 봄부신 날

<남 모를 걱정>


사실은 남모르는 걱정이 그를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다.

혹시 실패하지는 않을까,

어떤 뜻하지 않은 일로 그가 목숨을 걸고 진행해 온 계획을 성공시킬 수 있는 기회가 완전히 수포로 돌아가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그것이었다.


그는 '탈출호'가 처음 시운전 때부터 어떤 결정적인 결함을 갖고 있지는 않을까,

가령 홀수가 지나쳐 조작이 거의 불가능해지고 웬만한 파도만 쳐도 뒤집혀 버리거나, 반대로 홀수가 부족하여 약간만 기울어도 쓰러져버리지나 않을까 걱정이었다.


극도에 달한 악몽들 속에서 그는 배가 수면에 닿자마자 납덩이처럼 똑바로 가라앉고 그 자신은 물속에 얼굴을 쳐박은 채 점점 컴컴해지는 심연 속으로 뒤뚱거리며 가라앉는 모습을 보곤 했다.


(미셀 투르니에,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44쪽)



로빈슨 크루소에 나오는 흑인 '프라이데이'의 시선으로 다시 고쳐 쓴 세계 문학이죠.


로빈슨 크루소는 '탈출호'를 만들어 탈출하려고 생각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책에 나오는 글처럼, 끔찍한 걱정들로 인해 악몽 속에서 허우적댑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온갖 걱정들로 끙끙 앓으며

시도하기를 두려워합니다.


밍기적밍기적 계속 미루어두기만 합니다.


시작도 하지 못하고

걱정만 하고 있는

바로 그것이 로빈슨 크루소를 닮았습니다..



더 심각해지기 전에.

생각한 것들이 있다면

시작해봅시다.


그까짓 것, 시원하게

해치워버립시다.

날도 더운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무엇을 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