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181쪽
인생은 단순히 더하고 빼는 문제가 아니다. 상실의, 혹은 실패의 축적과 곱셈이다.
화제가 되고 있는 한강의 맨부커상 소식으로 우리는 맨부커상이라는 또 하나의 문학상 이름을 알게 되었는데,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2011년 맨부커상을 받은 수작이다.
작가는 주인공 토니의 입을 통해, 인생이란 것이, 덧셈 또는 뺄셈이 아니라 곱셈이다,라고 말한다. 즉 간단하게 계산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다는 것이고, 그 총량이 기대를 뛰어넘는 큰 값이 된다는 것이다.
작가는 수학적 기호를 꽤 많이 사용하고 있어, 수학을 선지, 곱창만큼이나 싫어하는 나로서는 그 수식들을 그냥 대충 넘어갈 수밖에 없었는데, 인생을 이렇게 기초 수학으로 간단하게, 그러나 심오하게 설명하는 대목 앞에서는 결코 모른 체 할 수가 없었다.
그의 책에는 주옥같은 글들이 다수 있는데, 이 책은 일터 동료에게서 빌려 읽게 된 책이라, 밑줄을 긋지도 못해 그냥 다 넘겨버리고 말았다. 어차피 다시 읽어야 할 것 같으니, 이번에는 꼼꼼히 기록하며 읽어 보리라.
주인공 토니는 어설픈 사랑을 해대던 청춘을 보내고 평균치의 중장년 인생을 살았다. 미국에서는 흔하다고 여겨지는 이혼을 하고 노년의 나이로 접어들게 된다. 그의 노년을 제외한 중년까지의 삶을 볼 때, 내가 비로소 느끼는 인생에 대한 관조와 비슷하게 닮아가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러니까 그냥 평범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문득 깨닫게 되는 벼락같은 진리 말이다. 어쨌든 그런 연유로 인해 책 속 주인공을 나와 동일하게 또는 대등하게 취급하는 것도 그다지 무리는 아닐 듯싶다.
그의 인생관을 이해하려면 책 전체의 이야기를 조금 더 이해하는 배려가 필요하겠지만, 오늘은 그냥 저 문장에 대해서만 생각을 해보기로 한다.
인생은 단순히 더하고 빼는 문제가 아니다.
상실의, 혹은 실패의 축적과 곱셈이다.
인생이란 것이 단순한 더하기와 빼기만으로 계산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를 했지만, 왜 총량을 가름 짓는 변수로 상실 혹은 실패만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주인공의 인생이 그렇게도 실패의 삶이었던가. 성공의 축적과 곱셈, 기쁨의 축적과 곱셈은 왜 들어가지 않은 걸까?
지나친 슬픔의 비약이 아닌가, 인생이 어찌 슬픔만 있겠는가.
그는 스스로 어느 누구보다도 뛰어나지 않았던 한 평생을 반추한다. 평균치 인생을 살았음을 고백한다. 사람들에게 특별히 기억되지 않는 존재. 두각을 나타내지 않은 존재. 그것이 공부든, 운동이든, 사랑이든, 결혼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 그는 특별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형편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의 인생 공식은 실패 곱하기 실패, 실패 축적하기 실패인 것이다.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책 속에 나타난 그의 삶은 정말 변변한 것이 없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나쁜, 실패의, 상실의 시기를 보낸 것만은 아니었다. 주인공이 현재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좀 더 냉정하게 살펴본다면, 꽤 근사한 삶을 누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자신의 인생을 비극의 삶. 실패의 삶, 상실의 삶으로만 묶어두려는 계산법이 아쉬웠다.
그럴수록 주머니 구석구석 숨겨져 있는 작은 기쁨, 작은 웃음, 작은 행복을 끄집어내야 할 것이 아닌가.
그것들이 합쳐지면 그동안의 상실, 슬픔, 패배, 실패의 총량을 거뜬히 넘어서지 않겠는가.
나 역시, 평균치 또는 그 이하의 비 존재감으로 살아가는 사람이지만, 아직도 버는 돈보다 빚이 더 많아 늘 마이너스 삶을 살아가는 인생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내 인생은 기쁨 곱하기 행복이다. 행복 더하기 행복이다. 비교하지 않는 삶. 자족하는 삶. 행복을 계속 누리려고 노력하는 삶이다.
수학을 진짜 싫어하지만, 그래도 내 인생을 수식으로 표현해본다면 어떻게 될까?
L = J × H
L = H(j)
L ; 인생(Life)
J ; 기쁨(Joy)
H ; 행복(Happiness), 천국(Heav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