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꼬리 단상-8>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순간이 있다

토어 세이들러의 『뉴욕쥐 이야기』 56쪽

by 봄부신 날
몬터규는 가로등이 저만치 위에서 깜박거리는 것조차 눈치 채지 못했다.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났지만 그것도 들리지 않았다.
뉴욕쥐이야기_56쪽.jpg (토어 세이들러의 『뉴욕쥐 이야기』 56쪽)


그런 때가 있지 않은가?

주위의 모든 움직임에 둔감해지는 때.

세상의 모든 사물이 멈추고, 모든 소리가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질 때.


책 속 번화가인 뉴욕에 사는 쥐 몬터규도 그런 경험을 했다. 뉴욕에 살지만 다른 쥐 가족처럼 부두에 살지 않고 하수구 근처에 사는 몬터규가 이자벨이라는 아름다운 쥐를 알게 된 뒤에 생긴 현상이다.


청춘은 그럴 수 있다.

이성과 지성보다 심장이 더 빨리 반응하는 때.

판단하기 전에 먼저 어떤 전류가 가슴을 파고드는 때.


하지만 누가 청춘을 나이로 한계로 지으랴.

사랑하는 자여. 그대가 청춘일지니.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때.

모든 것이 정지한 것처럼 느껴질 때.

시간이 저 멀리 우주 밖으로 날아가는 것처럼 아득해지고,

공간은 구불구불 4차원, 5차원으로 변하고,

숨쉬기조차 힘들어지는 그런 때가 있다.


요즘.

배가 고파지면,

갑자기 아득해진다.


벼랑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순식간에 고꾸라질 때가 있다.


나타나는 현상은 형이상학적 같은데, 원인을 찾아가면 형이하학적이다.


아, 나의 청춘이여.

배만 고픈 나의 청춘이여~~

뉴욕쥐이야기_표지.jpg 뉴욕쥐 이야기 표지

(근데 "뉴욕 쥐 이야기" 책이 너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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