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브기니 이바노비치 자먀찐 『우리들』 278쪽
그리고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전에 난 웃음에 여러 가지 색깔이 있다는 걸 몰랐다.
그러나 이제 깨달았다.
웃음이란 인간의 내부에서 일어난 폭발의 먼 메아리일 뿐이다.
그것은 빨강, 파랑, 황금색 축제의 폭죽일 수도 있고
어쩌면 인간 육신이 파열되어 치솟는 조각들일 수 있다.
(예브기니 이바노비치 자먀찐 『우리들』 278쪽)
진짜 웃음에 색깔이 있다면 내 웃음은 어떤 색깔로 나타날까? 만약 진짜 색깔로 나타난다면 그 색깔은 어떤 의미를 담게 될까?
어쩌면 웃음이 나오는 장소, 웃음을 나누는 대상, 웃음을 짓게 만드는 그 무엇, 웃음이 나올 때의 감정 같은 것들에 따라 색깔도 달라지고 의미도 달라지리라.
일반적으로 ‘웃음’은 기쁠 때, 즐거울 때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 않은가. 그것은 일반적인 상식에 해당한다.
그러나 책에 적힌 글을 읽으면서, 나는 같이 웃을 수 없었다. 활자는 웃음을 말하고 있지만, 웃음을 터뜨린 주인공의 가슴속에는 슬픔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응축된 슬픔이 웃음으로 폭발하는 것은,
슬픔의 눈물(액체)이 차곡차곡 쌓이고 쌓여(고체)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하다가, 1밀리그램의 슬픔이 더해지는 순간,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웃음으로 기화(기체)하여 터뜨려지는 것과 같다.
그래서 웃음은 슬픔처럼 한꺼번에 용암처럼 터져 나오는 것이 아니라, 조각조각 하늘에 흩뿌려지는 색종이처럼 기쁨을 가장한 채 하늘하늘 내려오는 것이다.
웃음을 터뜨렸지만, 웃음은 수 만 개로 조각난 알갱이가 되어 다시 내 가슴에 박히는 것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먼지 알갱이로 스며드는 것이다.
그럴 때가 있다.
웃음을 터뜨렸지만 눈물이 나는 때.
가슴이 시원해지지 않고 도리어 허전해지는 때가 있다.
이빨이 드러나도록 큰 소리로 자신 있게 웃었지만,
모든 소리는 허공에 흩어져 사라져 버리고
하얀 밤 적막 속에 고독만 가득 해지는 때.
그럴 때, 내 웃음은 무슨 색깔이 될까.
그래도 분홍빛 코스모스 꽃잎이면 좋겠다.
절제된 웃음과 절제된 슬픔이 어우러진, 코스모스 꽃잎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