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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나 Mar 31. 2022

나를 지치게 하는 것

권태와 나태와 자만과 나, 아무튼 온통 나




요즘 나는 별다른 걸 하지 않는다. 갑작스럽게 걸린 코로나의 영향도 있겠지만, 며칠간 누가 봐도 심할 정도로 뇌와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기껏 집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을 얻어놓고서, 그저 시간만 있다면 하고자 다짐했던 계획들을 또다시 한켠에 밀어 넣었다. 늦게 잠든 만큼 느지막이 일어났으며 책 읽는 시간을 줄이고 글은 도서 감상이 아니면 좀체 쓰질 않았다. 약을 먹기 위해 꾸역꾸역 밥 한술 뜨고, 느릿느릿 뒷정리를 하다 보면 시곗바늘은 금세 한 바퀴가 지난다. 적적하여 틀어놓은 영상 플랫폼은 어느새 내 시선을 사로잡고서 몇 시간이고 연달아 시청케 했다. 참으로 끈끈한 거미줄처럼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야말로 ‘바보상자’를 체감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를 통해 내가 맛보는 건, 이미 창밖을 맴도는 봄내음처럼 완연히 풍기는 죄책감……. 나는 원래대로라면, 도통 온전한 쉼을 맛볼 수 없는 사람이다. 비어있는 시간에는 꼭 무언가를 해야 했으며, 잠자는 동안 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이 아까워 하루를 몇 단위로 쪼개 어떻게든 무언가를 하려고 했던 사람이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체력이 떨어졌는지 전염병 덕에 한껏 아픔이 달아오른 몸 때문인 건지, 아무튼 올해 들어 내가 변했음을 완벽하게 실감한다. 가만히 누워 조용히 눈을 감고 있으면 그렇게 마음이 불안하고 또 몸은 평안하다. 나태한 몸뚱어리는 천국인데 굳어가는 뇌는 영 찝찔하다.


벌써 3월의 마지막 날이다. 올해는 어떻게든 자신을 좀 더 발전시키리 다짐했으나 근 3개월 동안 이룩한 게 무엇인가. 그간 수많은 크고 작은 도전과 경험이 있었던 건 사실이나 내 바람에는 영 차지 않는다. 좀 더 무언가를 했고, 하고, 지금도 하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모종의 불안감이 섞인 권태는 나를 더 게으르게 만든다. 계속해서 핑계를 대게끔 한다. 사실 이마저도 도피인 것을 잘 알고 있다. 놓고 싶은데 놓을 수 없는 미련의 감정은 어릴 때부터 익숙해 친구나 마찬가지고,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볼 때 느껴지는 못난 마음씨는 나를 더욱더 아래로 끌어내린다. 나는 계속 자만하고 자학하기를 반복한다. 끊임없이 지속하지만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인가 허탈해질 때는 도무지 의지할 곳은 찾을 수 없다. 내 고민은 나만의 것이고 어차피 다른 사람은 나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다들 각자의 고민거리가 있을 텐데 그 위에 상관도 없는 내 걱정을 얹고 싶지도 않다. 그저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나를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자극하는 사람들을 피해서 멀리멀리 사라지고 싶다. 더 이상 아무런 격려도 경쟁도 느끼고 싶지 않다. 다들 나에게 그 무엇도 해주지 않아도 된다. 피곤하고 싶지 않다. 그저 혼자서 편해지면 좋겠다. 사실 내가 바라는 나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이 생각은 꽤나 오랫동안 지속해온 진실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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