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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나 Apr 25. 2022

장례식장에서 먹는 밥

인생이란 무엇인가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종종 오게 되는 이곳은 항상 어색하다. 오랜만에 보는 뽀얀 국화꽃과 장례식장 특유의 화한 향이 슬펐다. 비록 내게 많은 말씀을 하시진 않으셨으나 애써 미소 진 얼굴 뒤 감정을 보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손님맞이 밥을 먹으며 이것저것 소곤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 역시 조문을 마치고 차려주신 맑고 고소한 소고깃국과 함께 밥 한 그릇을 온전히 비웠다. 이 밥은 다른 곳에서 먹는 밥보다 특별한 느낌을 주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언가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확실한 점은, 장례식장에서 행하는 산 자의 식사는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끔 한다는 것이다. 비록 인생에서 목적의식적인 의미를 찾지 못했더라도, 꿋꿋이 살아가며 죽음으로 향하는 과정 자체가 의미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 진실로 와닿는가 묻는다면 아직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는 그렇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여전히 의미를 찾고 있고, 앞으로도 찾을 것이고, 그렇지만 어쩌면 죽음에 이를 때까지 그 의미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그때가 되면 어떨까. 과연 어떤 식으로 다시금 마음을 다잡을까. 다잡지 않을 수도 있겠다. 저 말의 진가를 알아보고, 내 삶 자체가 의미였구나, 깨닫고서 편히 잠들 수도 있겠다. 참 공허하다. 요즘은 괴로움보다는 허무함을 많이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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