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요나로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요나 Dec 27. 2022

모두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나의 드라마는 무엇일까

남의 글을 읽으며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모두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이다. 예술적인 영감의 원천이 샘솟아 흐르는 듯 보인다. 나만 빼고 말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아직 나의 이야기를 발견하지 못했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 치고는 꽤 가혹한 상황이다. 깊은 한숨을 내쉬어도 달라질 것은 없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환경 탓만 할 수는 없다. 나의 이야기. 고유한 스토리. 내가 하고자 하는 말. 내면 깊은 곳에 숨어있는 무언가. 그게 내게는 없다. 어쩌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찾아낼 수가 없다. 도무지.


약간의 열등감을 품은 채 오랜 시간 생각을 곱씹어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그토록 고뇌해 왔던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명확해지는 순간이 찾아왔다. 내가 만약 무언가를 아는 사람이 되었다면 그만큼 삶에 전적으로 몰입했다는 뜻일 것이다. 바람에 나부끼듯 설렁설렁 살아온 인생 너머 구체적으로 형상화될 어떤 '나만의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 끊임없이 숨을 쉬고 밥을 먹으며 이토록 구차한 생명을 한 해 연장해 결국에는 그토록 원하던 마무리를 짓고 만 것이다. 남들이 했다면 나도 있지,라는 식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나는 끊임없이 내면의 깊이에 몰두하고, 필요하다면 반항도 저항도 관둔 채 심연도 들여다봐야 한다.


어린 시절, 촛불 위로 넘실대던 아스라한 연기를 손에 쥐어본 적이 있다. 그것은 마치 가느다란 끈과 같은 구체적인 형태를 띠고 손아귀에 잡혔다. 정말이지 콱 움켜쥐었다. 기체여야 할 연기는 손바닥 위에서 넘실거리지도, 손틈새로 빠져나가지도 못했다. 나는 신기하여 그것을 입으로 호 불었고 그제야 끈은 원래의 제 모습으로 돌아가 하늘로 사라졌다. 물론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참 말도 안 되는 상황이고 꿈결 같지만, 굳이 어렸던 나의 착각이라고 여기고 싶지는 않다. 영감을 얻는다는 것은 어쩌면 이런 신비한 현상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아무튼 나는 한 번의 경험을 했으니 이제 와서 또 못 할 게 뭐란 말인가. 다시 시작하자. 그동안 나는 사실 읽는 삶이 훨씬 좋다고 위안하며 그저 두려워 기피했던 글쓰기의 세계로 다시금 발을 들여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 사는 게 취미인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