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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나 Feb 05. 2023

나는 나이듦이 좋은데

일기

20대 때는 '어리다'라는 것에 자부심이 있었던 듯도 하다. 누군가 나이를 물어올 때 대답하기 거침이 없었다. 지금은 섣불리 나이를 밝히기가 꺼려진다. 어쩔 수 없다. 나는 너무나도 사회적 입장을 신경 쓰는 사람이니까. 왜인지 20대의 나와 30대의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확연히 달라졌다고 느끼고 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고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을 수도 있지만. 


작년 생일, 많은 축하 인사 중에서 기억에 남는 한 마디가 있다. 


이제 우리 시대는 끝났어.


나는 이 말을 듣자마자 짜증이 났고, 억지로라도 긍정적으로 반응하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비록 한 해에 한 번 정도 아주 드물게 연락한 사이라지만 수많은 세월을 끊기지 않고 함께해 온 친구이니 내 기분을 그대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곱씹어 생각해 볼수록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애초에 내 생일에 내 시대는 끝났다는 말을 들은 것이 싫었다. 그리고, 정말로 그 친구는 자신의 시대가 끝이 났다고 생각하는 걸까? 덩달아 그 애와 같은 나이인 나도, 단순히 30대가 되었다고 해서 서서히 몰락해가고 있는 걸까? 단순히 나이를 좀 먹었다고 해서 내 전성기가 끝난 거라면 그것 만큼 안타까운 일이 또 없지 않은가.


나는 30대가 되면서부터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아졌다. 그리고 매사를 대하는 태도도 점차 성숙해지고 있어 그저 기특하기도 하다. 한 해를 보낼수록 내 깊이가 더해지는 걸 스스로가 느끼므로, 이런 연유로 나는 나이 드는 게 좋다고 말하면 듣는 이의 70%는 정신승리 하지 말라고들 한다. 마치 그냥 가벼운 우스갯소리인 양 깔깔 웃으면서. 나는 특별히 정신승리를 한 것도 아니고 내 30대를 변호하기 위해서 나이듦이 좋다고 말하는 게 아닌데도 이들에겐 그렇게 받아들여지나 보다. 아마 그 친구들이 이 글을 본다면 농담한 것 가지고 왜 이렇게 예민하냐고들 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 나로서는 내 현재와 미래를 부정당하는 느낌이다.


본인의 한계를 깎아내리고 가치를 후려치는 데는 뭐라고 할 생각이 없다. 자기 비하도 자기 애정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듣는 이에 따라 받아들이는 입장이 다르기에, 의도야 어찌 되었든 천천히 한 발짝씩 내딛고 있는 다른 30대 모두를 깎아내리는 듯한 늬앙스의 말은 그대로 삼켜냈으면 한다. 그리고 다들 힘 좀 냈으면 좋겠다. 이제 꺾였다는 둥 뭔가를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둥... 그렇게 자신의 가능성을 나이라는 틀 안에 규정짓지 말았으면 좋겠다. 꼭 2030 청년이 아니더라도, 나 포함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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