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깅-2023.10.23(월)의 단상 ; '오늘'을 통과하는 중의 기록
오전 11:40
아버지 부고소식.
오후 20:37
서울에서 마산으로 가는 케이티엑스.
올해 가을은 없애고 없어지는 경험을 하는 계절인가 보다.
그 와중에 부고소식을 적은 문자를 회사에 알려야 해서 동생 와이프로부터 부고내용이 정리된 문자를 받았는데, 상주로 동생이름 아래에 자부라고 올케이름, 그 아래로 여식인 내 이름, 그 아래로 배우자인 엄마이름 순서를 보고 씨발 조선다이너스티 오백 년 동안 유교망령들이 만들어놓은 가부장제의 함축을 보는 것 같아서 짜증 났다고 그러면 내가 소시오패스인가.
물론 케이티엑스로 세 시간 좀 넘게 걸리는 딸자식보다 지금 당장 옆에서 엄마와 가까이 있는 건 올케와 남동생이지만. 그 고마움을 폄하하는 건 아니다.
그걸 보고 왜 저렇게 쓰는지 한 치의 의심도 못하는 상황에서 나 혼자 짜증낸들 나만 미친년이지.
올해, 아는 절에 연등을 달았는데 주지스님이 그러셨다. 연등꼬리표에 보통 대주로 아버지 이름을 많이 쓰는데 자기는 연등보시하는 사람 이름을 대주로 쓴다고. 젊은 스님이라 생각도 깨어있으시구나 했는데 난 대주라는 개념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얼마 전에 엄마와 비슷한 내용으로 대화하는데 엄마는 대주이름을 아버지로 올린다길래 아버지 고만 살리라고(?) 엄마한테 뭐라고 했더니, "원래" 대주로 가장의 이름을 쓰는 거란다. 엄마, 엄마가 가장이(었)잖아. 세상에 원래가 어디 있어?라고 따졌더니 내가 또 시비를 가리며 지랄하는 게 엄마도 피곤한지 말을 일찍 끊으려고 하셨던 게 불과 지난 주말의 일이다.
시즌이라 주말도 없이 격무에 치이고 있다. 어지간하면 내 손에 들어온 일은 내가 처리해야 직성이 풀리는데 여하튼 그렇다. 담담하다가도 문득 감정이 올라오고. 아버지가 입관할 때 나는 울게 될까. 피곤하고,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