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기록 006

디깅-2023.10.25(수)의 단상 ; 남은 자가 쓰는 발인 전의 기록

by 요나윤

셋째 날, 아버지 발인 7시간 전.




둘째 날, 아버지의 빈소는 밝은 날에 보니 바깥의 바다풍경이 훌륭한 곳이었고, 날씨도 기막히게 좋은 하루였다.


아버지의 영정사진이 저 풍경을 볼 수 있는 위치는 아니었지만 아버지의 혼백이 머무는 마지막 장소는 퍽 아름다웠다. 첫날 새벽에 도착해 까무룩 잠들었다가, 동이 튼 뒤 상주(동생)가 잠깐 자리를 비워 그 자리에 내가 좀 앉아서는 다시 보는 아버지의 영정사진에 코끝이 시큰해졌고 이내 흐느끼는 울음으로 번졌다.


상주가 돌아왔고 동생의 감정이 은근히 신경 쓰이던 나는 휴지 몇 장을 쥐어주며 울음이 터지면 참지 말라고 조언했다.


영정사진 속의 아버지는 생전의 건강한 얼굴로 미소 짓고 있었다.


오전 열 시 반쯤 아버지의 입관을 행했다. 지하 영안실과 소규모 분향소에서 퍼지는 특유의 향취를 들숨마다 맡으며 아버지의 마지막을 보았다.


색색의 꽃들로 둘러싸여 창백한 얼굴로 깨끗한 수의를 입고 영원한 잠에 든 육십 대 후반의 남성.


어딘가 낯설지만 익숙한 얼굴,

아버지를 밀랍인형으로 만든 것인가 싶던 질감의 마지막 모습.


아버지의 입관 모습에 결국 모두 눈물을 참지 못했고 잘 버티는 것처럼 보이던 상주는 결국 빈소로 돌아와서는 참았던 것을 토해내기라도 하듯이 울음을 뱉어냈다.


엄마의 울음은 스콜 같았다.




올 수 있는 모든 조문객들이 다녀가신 이후 조용하게 남은 가족끼리 발인을 위한 정리를 하고 각자의 시간의 갖고 있다.


오늘따라 유독 아버지와 똑같아 보이던 작은아버지와 생전에 자식인 내가 겪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가 몰랐던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하며 평소에 내가 생전의 아버지에게 원했던 답변을 작은아버지에게서 듣게 되면서, 우연이 겹친 필연의 순간이란 이런 것인가 싶어 어쩐지 고무적인 기분이었다.


동생은 잠깐 아버지 연초도 태울 겸 자신도 한대 태우겠다고 자리를 비우고, 나도 인스타를 열어서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는 것으로 내 하루를 정리하는 중에 문득 어떤 심상이 들었다.


엄마가 겨우 몸을 누이고 잠에 들고 작은아버지 가족들도, 상주노릇 중인 동생도 모두 겨우 눈을 붙여 쉬는 동안 나는 글을 쓰며 감정을 정리하는 중에 어디선가 아버지가 나를 부르는 것 같은 청각적 심상이 일었다. 아버지가 지어줬던 이름으로(나는 2015년에 내가 지은 이름으로 개명했다) 나를 부르는 것 같은 청각적 심상에 나도 모르게 아버지 영정사진을 올려다보며 왜에, 왜에 하고 낮은 소리로 답했다.


울음을 더 삼키지 못하고 뱉어버렸다.


엄마가 선잠에서 깨 나를 다독이고 아버지 연초를 태우겠다던 동생도 마침 올라오더니 휴지를 쥐어주며 그런다. 누나 네가 울고 있었냐며, 어쩐지 아버지 담배 태우는데 겨우 두 모금 만에 불이 꺼지더라.




아버지 발인 5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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