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용원 Nov 16. 2023

1회 : 죄책감

 

                                                                                                                     # 제주도 목장 노을


 강선오는 길을 잃었다. 깊은 산속을 헤매고 다녔지만, 길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무작정 산등성이를 따라 올라갔다. 산봉우리에 다다르니 안개만 자욱했다. 가까이서 폭포 소리가 들렸다. 안갯속에서 노란 꽃 한 무더기가 산들거렸다. 신기해서 만져 보려고 두어 발짝 앞으로 가서 손을 쭉 뻗었다.     

 

 그 순간 몸이 기우뚱하면서 미끄러져 물에 빠졌다. 발이 바닥에 닿지 않을 만큼 깊었다. 빠른 물살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두 팔로 허우적거리다가 한 손으로 꽃 무더기를 겨우 잡았으나, 얼마 지탱하지 못하고 뿌리째 뽑혀 물에 떠내려가게 되었다. 도와달라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낯선 천장에 희미한 백열등 하나와 구석에 낡은 베니어합판으로 된 문짝만 덩그러니 보였다. 몸은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심한 통증을 느꼈다. 온몸을 붕대로 싸매고 누런 비닐 장판에 깔린 매트리스 위에 누워 있었다.      


 꿈속에서 지른 비명을 들었는지 아니면 누군가가 듣고 연락했는지 흰 가운을 걸친 대머리 남자가 헐레벌떡 들어왔다. 대뜸 가운 주머니에서 작은 손전지를 꺼내 선오의 양쪽 눈동자를 비집고 이리저리 비추었다.   


“다행입니다! 이제 되었습니다!” 


의사답지 않은 흥분과 감정이 섞인 말투였다.    

   

“환자는 어제 6시 반 즈음 우리 병원 앞에서 의식을 잃고 쓸러졌다가 지금 깨어났어요. 이제는 치료만 제대로 받으면 될 것입니다.”  


선오는 온몸으로 밀려드는 심한 통증을 겨우 참고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했다.  

        

“두 분은요?”   


“아~, 그 두 사람은 지금 여기 없어요. 환자 혼자만 우리 병원에 남아 있어요.”  


선오는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던 안석병 본부장과 일어나지 못하고 도로 위에 누워 있던 황 기사가 궁금했다.   

   

 자기만 병원에 있다니 순간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은 살아나지 못했다는 말로 들렸다. 마치 자기가 그 두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죄책감이 몰려왔다. 의사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어나갔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