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마오리 부족 마을
그다음 날이었다. 회장이 매일 스크랩해서 보고되는 신문기사를 읽다가 세아일보 사회면 ‘중상자가 경상자를 업고 병원으로 뛰었다.’라는 4단 박스기사 제목이 눈에 띄었다. 어제 지방지에 보도되었던 ‘대아일보’ 교통사고 기사를 조간에서 인용하면서, 처음 입원했던 병원 의사 인터뷰가 추가된 내용이었다.
‘어제저녁 무렵, 교통사고를 당한 환자가 다른 부상자를 업고 와서, 우리 병원 근처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그리고 30분이 지나지 않아 업혀 왔던 사람이 어떻게 연락이 되었는지는 몰라도 시내 큰 병원에서 보내온 구급차에 멀쩡하게 걸어 나가서 타고 갔다.'
'그 환자를 업고 온 사람은 밤새 의식을 찾지 못해 우리 병원에 있다가 오늘 새벽에 겨우 깨어났다. 그는 중상자로 보였다. 그 몸으로 어떻게 다른 사람을 업고 왔는지 정신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석간신문에서 업고 온 사람은 8주 진단, 업혀 온 사람은 찰과상으로 2주 진단이라는 기사를 보고 참 별일이구나 싶었다.'
회장은 아침 간부회의에서 신문 기사와 관련하여 정확한 사실과 수습 경위를 확인하여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또 사실로 확인되면 그 직원을 특별히 위로 격려하고 포상해서 강한 책임감과 충성심을 발휘한 모범 사례로 전 직원에게 알리라고도 했다. 회장의 지시는 지체 없이 서울 본사와 전국 지역본부와 지사에도 전파되었다.
안석병 본부장은 총무과장으로부터 ‘오늘 본사에서 상훈담당 팀장이 출장 온다.’는 보고를 받고 의아했다. 친구이자 동료인 본사 안전국장에게 전화하여 회장의 의중과 지시의 강도 등을 파악하였다.
이곳으로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큰 사고를 당하여 운이 나빴지만, 크게 다치지 않아서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병원에 일주일 정도 입원에서 쉬면서 간부들의 충성도와 대외 기관장이나 유관 단체장들의 관심도 등을 알아보려고 했다.
#창경궁 회화나무와 느티나무 연리지
그러고 나서 완치되지는 않았는데도 업무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명분으로 한 주 앞당겨 퇴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문병 올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 중 극히 일부만 다녀갔을 뿐인데, 상황이 이상하게 변하고 말았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현실 적응과 상황 대처에 빠른 본부장이었다.
601호 병실로 간부들을 긴급 소집했다. 그 자리에서 지역 본부 책임자인 본부장이 병실에 누워있는 모습으로 본사에 보고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므로 당장 퇴원하여 집무실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