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용원 Dec 11. 2023

7회 : 병실 복귀

 안석병 본부장은 공보실장에게 언론 보도를 막지 못한 무능함을 심하게 질책하고 오늘부터 예상되는 본인이나 강선오 대리에 대한 언론과의 접촉을 책임지고 차단하라고 명령했다. 그 명분은 치료를 위하여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서를 근거로 삼고, 운전기사도 즉시 병가 처리토록 했다.  


 그러고는 의료진과 협의나 퇴원 절차도 없이 병실에서 바로 나갔다. 접수한 화분은 물론 사용했던 비품도 흔적 없이 치워졌다. 오늘 병실에 오겠다고 비서실에 미리 연락해 왔던 다른 지방 본부장들은 물론 외부 기관에서도 신문 기사를 보았는지 하나같이 없던 일로 했다. 비서실에서도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퇴원했다는 사실을 먼저 개별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선오는 본부장이 퇴원하면서 옆방에 누워있는 자기에게 그래도 ‘치료 잘 받아라.’라는 의례적인 말이라도 할 줄 알고 은근히 기다리고 있었다. 602호 병실은 대기실 역할이 없어져 선오는 503호 병실로 되돌아갔다. 다른 환자들은 또 병실이 다시 소란스러워질까 봐 염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공보실장이 강 대리를 찾아와서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이라면서 전달했다.   

         

 “오늘부터 언론과의 접촉은 일절 피하도록 아침 회의에서 결정되었으니 강 대리도 그렇게 하세요.”  

      

라고 했다. 위로 대신 명령 전달이었다. 안 그래도 심한 통증에 견디기 힘들어서 기자는 물론 누구와도 접촉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언론과 접촉한 일 전혀 없었는데 새삼스럽게 접촉하지 마라고 하니 대꾸조차 하기 싫어서 그냥 고개를 돌려 버렸다. 


 

 두 시간 지난 후, 총무과장이 대구공항으로 본사 팀장을 맞이하러 가는 길이라면서 503호실에 헐레벌떡 들어왔다. 그는 바빠 죽겠다는 몸짓을 하면서, 강 대리 머리맡에 선 채, 부탁인지 명령인지 모를 애매하게 말했다.     

“오늘 본사 팀장이 아마도 강 대리와 면담을 원할 것 같으니, 그때 대답 좀 잘해 주라.” 

       

그는 선오와 입사 동기였다. 갑자기 서운함과 짜증이 동시에 밀려와서 그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퉁명스럽게 쏴 붙였다. 


“도대체 내가 어떤 대답을 해야 잘하는지 과장이 좀 알려 주라! 나 보고 묵비권이라도 행사하란 말인가? 아니면, 그런 일이 절대 없었다고 거짓말이라도 하라는 것인가? 나도 본사 팀장과 만나고 싶지 않으니, 여기로 모시고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과장이 중간에서 제발 그렇게 좀 해 주라! 부탁한다.”      

이전 06화 6회 :  중상자가 경상자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