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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원 Dec 12. 2023

8회 : 단순 사고

                                                                                                          #차마객잔에서 맞이한 일출


 총무과장은 선오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기가 신중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멋쩍은 웃음을 보이면서 도망가듯 나가면서 말했다.   


“그래, 여러 가지로 미안하다. 그냥 해 본 소리다. 몸조리나 잘해라.”    


선오도 총무과장의 처지와 사무실 분위기를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짬밥이 10년이 넘는데도 자기를 입단속까지 시키는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오후 늦게 본사 상훈팀장이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총무과장과 함께 선오를 찾아왔다. 그는 예의를 깍듯이 갖추어 정중하게 회장님의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전달했다. 또, 회장님의 위로금이라면서 회장님의 이름이 인쇄된 제법 두툼한 봉투를 내놓았다. 회사 상급자로부터 처음으로 1+1이 아닌 1로서 위문을 받았다. 정해 놓은 절차인 줄은 알지만, 그래도 고마웠다. 팀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경찰서에 가서 ‘교통사고 조사보고서’와 두 차량의 운전기사 진술 조서 등 관련 서류를 모두 열람했습니다. 또, 처음에 갔던 병원 의사로부터 입원하러 갔을 때의 상황도 구체적으로 들었습니다. 형식적이지만, 본부장에게도 사실 확인받았습니다. 강선오 대리에게 더 확인할 사항은 없습니다만, 혹시 다른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하시기 바랍니다.”   

   

“저 때문에 팀장님을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더구나 여러 가지로 바쁘신 회장님께서 말단 사원인 저 같은 사람에게까지 관심을 두시고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선오도 통증을 무릅쓰고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 말했다. 이어서    

 

 “저에게 말할 기회를 주시니 팀장님에게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이번 사고가 단순한 교통사고일 뿐이고, 그 과정에서 제가 다른 사람이 하지 않을 일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죄송하지만, 솔직히 이런 사례로 포상을 받고 싶지는 않습니다."    

  

 "만약, 제가 아닌 다른 누구라도 그 상황에서 더 위급해 보이는 사람을 부축하여 병원으로 갔을 것입니다. 그때는 제가 부상당한 줄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피투성이가 된 사람을 먼저 업고 갔을 뿐입니다. 회장님의 위문만으로도 저에게는 과분하오니 포상 추천은 하지 말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부탁드립니다.”    

                                                                                                       #한라산 눈 속에서 나온 산죽


강선오 대리의 말은 진심이었다. 솔직히 능력이나 업무 성과가 아닌 이런 일로 포상을 받게 되면 동료 직원이나 후배들에게 쪽 팔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일로 길게 이슈화되면 예상하지 못했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릴 불길한 예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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