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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원 Dec 13. 2023

9회 : 경계

 군대처럼 경직된 조직 문화에서 선오의 말이 회장에게까지 보고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도 모르진 않았다. 팀장은 난처한 표정으로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끄덕하면서 총무과장과 함께 병실을 나갔다. 


 다음 날, 본사에서는 상훈팀장이 아침 간부 회의에 참석하여 ‘안석병 본부장은 사고 충격으로 현장에서 정신을 잃어서 어떻게 병원으로 갔는지 기억조차 없다는 답변과 강선오 대리가 포상을 사양했다.’는 출장 보고를 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간부들이 이를 과장하고 대비해서 입 소문을 냈다. 어제까지만 해도 안석병 본부장은      

‘엄살이 좀 심했다.’ ‘책임자의 자세가 아니었다.’ ‘어찌 그럴 수가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정도의 가벼운 비난만 있었다. 


 그런데 업혀 간 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했다는 본부장의 답변이 강 대리의 포상 사양과 대비되어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되었다.   

  

‘비겁하고 은혜도 모른다!’ 

‘본부장 자격이 없다!’ 

‘강 대리와 자리를 바꾸어라!’ 등     

 

 일반 직원들은 물론 간부들 까지도 안석병 본부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일부 직원은 직접 무기명 투서를 영남 본부로 보내오기도 했다.      


 안석병 본부장은 화가 치밀었지만, 이럴 때는 변명을 하면 할수록 개미지옥처럼 점점 더 빨려 들어갔다는 것은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그냥 시간이 지나 잊히기를 기다리는 것 외에는 달리 좋은 방법이 없다는 것도 모르지 않았다.

      

 시간의 흐름과 비례해서 비난하는 목소리와 투서는 점점 줄어들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강선오 대리와 대비되거나 연상되는 일 없도록 경계하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대책이라고 생각했다.


 

 503호 병실로 강선오 대리를 문병 오는 사람은 여느 환자들과 다름없었다. 다른 환자들의 따가웠던 눈총도 사라졌다. 직원들도 본부장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강선오’라는 이름은 거의 금지어 수준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문병 오는 동료들로부터 본부장의 분노와 선오를 향한 경계 수준도 간간이 듣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본부장에게 자기가 무슨 잘못을 범해서 경계 대상이 되고 말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억울하지만 원인을 모르니 해결책도 찾지 못했다. 육체적인 통증이 줄어드는 만큼 외로움과 답답함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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