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나와 함께 하겠는가???
나의 고향 동네는 그렇다. 많은 것들이 편리함을 입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기와를 얹고 흙담을 두른 집들과 마당 앞 텃밭이 당연한, 비가 오면 진흙탕이 되는 논밭으로 가는 비포장 길이 남은 시골이다. 그날그날 남은 음식물을 담너머 밭 한편에 모아두면 그 주변의 고양이나 작은 산짐승들이 모여 순서를 정해(?) 골라 먹고 나머지는 그대로 퇴비가 되는 게 흔한 루틴인 그런 곳.
고양이의 보은
작년 여름의 일이다. 여느 아침과 같이 엄마는 남은 음식물을 가지고 담너머의 밭으로 가는 중이었다. 현관을 지나고 마당에 당도하자 잔디밭에 하얀 물체가 눈에 띄었다. ‘저게 뭐지’ 하고 다가갔더니 그건 머리가 없는 닭 한 마리. 한 발 떨어진 곳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엄마를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마치 어서 가져가라는 듯이…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으면 “고양이의 보은”이라는 뭉클한 단어와 호랑이 형님이라는 동화가 떠오른다. 어릴 때 우리 집 마당 냥이였던 살찐이로부터 쥐를 선물 받은 적이 있는 나는 이 난감한 기쁨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버리지도 취하지도 못하는 기쁨…닭은 사냥된 지 아직 오래지 않은 것 같다. 엄마는 이걸 어찌 처리할까 잠시 고민하다 가지고 와 삶아 드셨다. 닭은 작고 살도 없어 맛있지는 않았다고 한다.
우리가 그 닭을 고양이의 보은이라 생각한 근거는 여기에 있다. 엄마 매일 모아두는 음식물로 고양이들은 매 끼니를 해결하고 있었으니 그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마침 그로부터 며칠 전에 오빠가 낚시해서 잡아온 참돔의 머리 몇 개를 담 너머로 던져줬다고 하니 이 추정은 더 근거를 얻는 것 같았다. 다음 이어진 엄마의 얘기를 듣기 까지는…
시골인 저의 고향집에선 음식 쓰레기가 도시처럼 수거되지 않아요. 그래서 옛날 방식 그대로 밭 한편에 그것들을 모아 거름으로 만듭니다.
고양이의 적선
“안그래도 내가 며칠 전에 그놈이 닭 한 마리를 물고 가는 걸 봤다 아니가. 닭도 지 몸뚱이만 한데 놀래키모 그기 물고 가던 닭이 무거워서 놓칠 거 같더라고. 그래서 발을 탕탕 구르면서 [쉿 쉿~] 샀거든. 깜짝 놀라라고~” 엄마가 얼마나 귀여웠을지 상상이 된다.
“근데 이기 더 볼끈 닭을 물드마는 배내키(빠른 속도로, 재빠르게) 도망을 가는기라? 그라고 내를 탁 째리보드라~”
“하하하! 엄마~ 그기 그리 뺏아 묵고 싶드나?”
“아이, 꼭 그런 거는 아인데~놓치고 가모 무볼까 싶었지. 근데 내가 봐줐다. 쫓아가모 그거 못 잡긋나만은~ 나는 나름 인간인데 이게 뭐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쫓아갈 수는 있었는데 안 쫓아갔다 아이가~”
라고 귀여운 허세를 날리셨다.
어쩌면 그날 아침의 닭은 이제 사냥에 능해진 냥이가 닭을 먹고 싶어 하는(것으로 추정되는) 엄마를 가엾이 여겨 적선하듯 두고 간 게 아닐까? 맹수의 본능으로 사냥감의 머리는 먹어치우고 말이다.
**더 비하인드는 이거다.
이웃집 아재네에서는 닭을 마당에 풀어놓고 키우고 있다. 근데 근래에 닭이 자꾸 없어진다고 했다는데... 아마 그 닭 실종사건의 범인은 이 고양이가 아닐까??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범인(범묘인가..?) 은닉을 넘어 알고도 닭을 먹은 엄마는 고양이랑 공범. “범인은 너! 그리고 공범은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