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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는 연구다워야 한다

심리학,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1)

  자아 존중감(self-esteem)이 행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심리학 연구 결과를 접했다고 생각해 봅시다. 연구자는 아마도 자신의 가설을 검증하고자 여러 일반인들에게 자아 존중감을 물어보고, 현재의 행복 수준은 어떠한지를 물어봤을 겁니다. 그리고 수집된 자료를 토대로 가설이 지지되었음을 확인했으리라 예상됩니다. 그러면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해 보겠습니다. 우리는 이 연구 결과를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요? 자아 존중감이 높을수록 행복도 높다는 이 연구 결과 속에는, 과연 얼마 만큼의 '진리'가 담겨 있는 걸까요?


  사실 이는 심리학 뿐만 아니라 그 어떠한 학문이라도 결코 피해갈 수 없는 물음일 것입니다. 복잡다단하고 미묘한 현실에 어떠한 방식으로 접근해서, 또 어떠한 방식으로 분석하고 고찰해야 비로소 진실에 가까운 설명을 세상에 내 놓을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문제는 모든 학문의 대전제이자 궁극적 지향점이라 보아도 무방하겠지요. 만약 특정 학문이 이러한 역할을 다할 수 없게 된다면 그 학문은 자연스레 도태되어 갈 것입니다. 사람들이 진실이라고 여기지 않는, 그래서 신뢰하지 않는 학문은 더이상 학문으로서의 가치를 갖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심리학자들도 계속해서 고민합니다. 어떻게 하면 보다 타당성 있고, 신뢰할 수 있을 만한 연구 결과를 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인간의 정신 과정과 행동 특성에 대한 '진리의 영역'에 보다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을까에 관한 부분은, 아마 심리학 연구를 업으로 삼은 이라면 평생 고민해야만 할 숙제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부터 말씀드릴 것은 바로 심리학 연구 결과가 어떻게 사람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연구 결과가 보다 신뢰로우려면, 다음의 전제가 충족되어야만 합니다.



  '연구다운' 연구인가?



  즉, 신뢰성 있는 결과를 만드는 핵심은 연구의 기본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안정된 이론적 토대로부터 논리적인 추론 과정을 통해 가설을 도출 - 해당 가설에 적합한 최적의 실험 설계 - 각종 예상되는 오염 변인들을 최대한 배제한 형태의 실험 - 엄격하고 정밀한 도구를 활용한 결과 분석 및 가설 검증' 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들이 보장되어야 해당 연구의 결과를 신뢰할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을 비판적인 시선에서 냉철하게 따져보기 위해서는 심리학 연구 결과가 소개된 신문 기사나 자기 계발서 등을 볼 때 아무래도 원래의 논문을 찾아보는 것이 가장 좋을 것입니다.


  물론 각종 매체들이 소개하는 심리학 연구들은 대개 엄정한 심사 과정을 거쳐 심리학 관련 저널에 정식으로 수록된, 나름 신뢰로운 연구들이 대부분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또한 학계나 대중으로부터 인정받는, 실력 있는 연구자의 연구라면 적어도 연구 결과가 터무니없지는 않으리라는 기본적인 믿음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방금 읽은 심리학 연구 내용이 얼마나 신뢰성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그때마다 일일이 논문을 찾아보고 읽어보는 과정은 무척이나 번거롭고, 또 심리학에 대해 어느 정도 식견이 있지 않고서는 논문을 소화한다는 것 자체도 버거운 것이 사실이지요.


  자, 그렇다면 책을 보다가, 혹은 기사를 읽다가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게 되면, 그 내용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일단 글에 쓰여진 연구 내용 그 자체는 잘못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해당 글의 바탕이 되는 정식 게재 논문이 버젓이 존재한다면 대개는 그러할 겁니다(대개 해당 연구 논문의 초록(abstract)이나 논의(discussion)의 앞 부분만 보았을 가능성은 높긴 하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단 몇 줄로 간략하게 소개된 내용만으로는 결코 연구의 핵심들을 오롯이 담아낼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 몇 줄과 관련된 연구자의 고민과 노력들은 우리가 논문을 '굳이' 찾아 보는 수고를 했을 때에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일단은 'A한 사람이, 혹은 A하면 B하더라' 라는 몇 줄에 일희일비하지 마십시오. 심리학은 결코 아포리즘 같은 것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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