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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공부를 멀리해라? 대학원 가기 전 꼭 해야 할 것

  심리학 대학원을 준비할 때는 여럿이 스터디 모임을 결성, 함께 준비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실제로 심리학 대학원을 준비한다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열에 아홉 이상은 스터디 경험이 있으며, 스터디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노라고 말한다.


  스터디 활동에서는 먼저 심리학개론 전공 서적을 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면접이나 구술고사, 지필고사 등에서 심리학 분야 전반에 걸친 다방면의 지식들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설사 자신이 희망하는 분야가 아니라 하더라도 모든 분야에 걸쳐 두루 기초 지식들을 습득해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스터디 요령은, 예를 들어 스터디원 모두가 협의한 분량만큼 미리 공부해온 후, 모임에서 쪽지시험을 만들어 풀어보거나 공부해 온 내용들에 대해 토론을 하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나갈 수 있다. 개론서 공부 외에 모임마다 한 편의 영어 논문을 선정, 해석본을 각자 써 본 후 맞춰보고, 몰랐던 단어들은 밑줄 치며 정리해가는 공부도 유익하다. 아무래도 심리학 대학원에서 영어 논문, 영어 원서의 비중은 그야말로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기초적인 수준에서의 통계학 공부를 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심리학 대학원에서 통계를 피해가기란, 아마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심리학개론 공부와 함께 병행되어야 할 것은 가고자 하는 분야에 대한 개론서 공부다. 임상/상담심리학 전공을 희망한다면 임상/상담심리학 개론서를 봐야 하고, 사회심리학 전공을 희망한다면 사회심리학 개론서를 봐야 한다. 만약 자신이 희망하는 전공이 상대적으로 희귀하다면, 그래서 이렇다 할 개론서가 딱히 존재하지 않는다면 희망 전공에서 다루는 연구 주제들에 대한 '리뷰 논문'들을 읽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대표적인 저널로는 'Psychological Bulletin'이 있다).


  그런데 심리학 대학원 지망자들의 대부분은 임상/상담심리 전공을 원하므로 만약 여러분이 임상/상담심리 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스터디 참여가 상대적으로 손쉬울 것이다. 그러나 그 외 다른 전공들을 희망한다면, 원하는 조건의 스터디를 찾거나 관련 정보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임상/상담심리 분야 외 전공들은 인지도도 낮고 인프라도 적으며 지원자수 자체도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러분이 만약 그러한 전공들을 희망하고 있다면 별다른 수가 없다. 임상/상담심리 스터디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전공에 대한 공부를 개인적으로 병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임상/상담심리 스터디를 굳이 왜 해야 하냐고? 나는 개인적으로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전공을 막론하고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 심리학개론, 논문 영어, 통계 등을 함께 공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위에 이야기한 것들 이외에 심리학 대학원을 준비하면서 꼭 해두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인문학, 심리학 교양서적들을 폭넓게 읽어두는 일이다. 가능하면 여러분이 희망하는 전공, 희망하는 연구 주제로부터 멀리 떨어진 내용들일수록 좋다. 장담컨대 전공 서적 한 글자, 전공 영어 한 단어 더 봐 두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여러분의 대학원 생활, 나아가 연구자로서의 삶에 더 큰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다.


  대학원에 가고, 논문을 써 가며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그것은 곧 특정한, 아주 좁은 어느 한 분야로 깊게 깊게 파고들어가는 과정을 의미하는 것이다. 연구 활동에 익숙해지다 보면 알게 될 것이다. 내가 맡은 이 '좁은 분야'마저도 연구하기 벅차, 바로 옆에 있는 다른 분야조차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게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석사가 박사가 되고, 박사가 박사 후 연구원이 되어 자신의 주제에 깊게 천착할수록 주위를 둘러볼 여유는 더 부족해진다. 그래서 공통적으로 '심리학'을 연구한다 말하면서도 서로가 서로의 연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일상다반사다.


  그러나 창의적인 생각은 폭넓은 사고에서 나올 수 있다. 학제적인 접근으로부터 전에 없던 새로운 연구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오로지 한 분야에만 깊게 파고드는 것으로는 이제 급변하는 사회에 발맞춰, 새로운 어젠다를 내어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학자들은 또한 현미경으로부터 잠시 시선을 거두어, 주위를 둘러보고, 사회를 둘러볼 여유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연구 성과가 개인과 사회에 미칠 파급력에 대해 폭넓게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아직까지 상당수 연구실에서는 '파고듦'의 과정을 더 선호하는 듯하다. 하나의 주제, 하나의 분야에 대해 파고들고 또 파고들어 가는 것이야말로 학자로서 올바른 자세라는 생각이 암묵적으로 깔려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대학원생들 가운데 상당수는 대학원에 오고 나니 오히려 책을 읽으며 생각할 시간이 더 부족해졌다고 말한다. 특정 주제에 관한 논문들만 쉼 없이 읽게 되다 보니 대학원에 오기 이전처럼 다양한 생각들을 떠올리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런 이유 때문에 많은 대학원생들이 유독 새로운 연구 아이디어 짜내는 것을 힘들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심리학 대학원 컨설팅 일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대학원생, 대학원 준비생 분들이 아이디어를 대신 짜 달라고 나에게 부탁하시곤 한다. 결국 스스로 하셔야 의미가 있는 거라 말씀드리며 정중히 고사하고 있지만 말이다.






  전공 공부, 통계 공부, 영어 공부는 대학원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문학책, 철학책, 역사책, 사회책 읽을 시간은 지금 뿐이다. 양질의 연극이나 영화도 많이 봐 두어라. 여행도 많이 다니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도 많이 만나라. 대학원을 준비하며 생각의 풀(pool)을 최대한 넓혀라. 연구자로서의 창의적인 생각들이란 풍부한 세상 경험과 인문학적 상상력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잊기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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