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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의 비교는 꼭 나쁜 것인가?

심리학자의 시선을 이해하기

  심리학자들과 흔한 자기계발서들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가치 판단', 혹은 '당위성'의 존재 유무다. 심리학은 가치중립성을 지향하는 인간에 대한 '과학'이다. 인간의 생각과 행동 이면에 숨겨진 원인들을 추적하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곧 근본적인 심리학의 목적이라는 말이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들을 가지고 어떤 방향으로 활용할 것인가는, 기본적으로 심리학자들 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자기계발서에서는 인간에 대한, 온갖 가치 판단적이고 당위적인 시선들이 담긴다. 성공하고 싶다면, 잘 나가고 싶다면, 행복해지고 싶다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등등 자기계발서는 기본적으로 우리에게 무엇이 잘못되었고, 또 무엇이 잘못되지 않았는지를 주입시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시시비비(是是非非)는 그리 간단하게 결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열등감은 무조건 '잘못된 것'인가? 애초에 인간은 왜 '열등감'을 갖게 되었을까?



  인간을 바라보는 심리학자의 시선이란,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가치 판단과 당위를 거두는 것이다. 인간의 긍정적인 모습들을 찬미하거나, 부정적인 모습들을 혐오하는 것은 나중의 일이다. 일단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를 가감없이 이해한 다음에야 비로소 '올바른' 응용이 생겨날 수 있다고 심리학자들은 믿는다. 예를 한 가지 들어보자.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을 타인들과 비교하는 습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나보다 잘난 사람과의 비교로 위축이 될 때도 있고, 나보다 못난 사람과의 비교로 우쭐거리는 기분이 들 때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타인과의 비교가 지나친 나머지, 온전한 나 자신을 잃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괴롭고 아무리 노력해도 우월한 그들을 따라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열등감에 빠지고, 박탈감이 들고, 우울하기도 할 것이다. 이렇게 타인과의 비교로 고통스러워하는 여러분에게, 아마 자기계발서는 다음과 같은 조언을 줄 것이다. 그리고 왜 '타인과 자기 자신을 비교하면 안 되는가'에 대해서만 긴 이야기를 늘어 놓을 것이다.



타인과 자기 자신을 비교하지 말라. 여러분 자신만의 삶을 살아라.



  그러나 심리학자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즉, 함부로 '비교하지 말라'고 당위적인 주장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비교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존재이며, 그것으로 말미암아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무사히 생존해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페스팅거(Festinger)의 사회 비교 이론(Social Comparison Theory)에 따르면 인간은 끊임없는 사회적 비교의 과정을 통해 몇 가지 생존에 중요한 이점을 얻는다. 첫째, 사회적 정보의 획득이다. 인간은 다른 인간들의 행위를 모방하고, 참고함으로써 삶에 유용한 정보들을 얻는다. 어린 아이의 가장 중요한 학습 기제는 바로 모방이다. 소꿉놀이, 경찰놀이, 병원놀이 등을 통해 각종 사회적 역할들을 학습한다. 온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라나는 데 필요한 사회적 규범이나 윤리, 가치관, 문화 등을 따라 보고, 듣고, 말하며 커 간다. 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직업을 가지고, 무엇을 먹고 살아가는지, 혹은 무엇을 안전하게 여기고 무엇을 위험하게 여기는지 등에 대해 정보들을 얻고자 끊임없이 타인들을 들여다보고, 자기 자신의 삶의 모습과 비교해본다.


  둘째, 사회적 비교의 과정은 소속감을 충족시키는 도구이기도 하다. 인간은 본디 사회적 동물이다.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리고자 하는 것은, 그들로부터 사회적 정보들을 얻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들과의 협력과 교류를 통해 소속감, 유대감, 안정감, 사랑, 우정, 행복 등 정서적인 만족을 얻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긍정심리학자 메슬로우(Maslow)는 욕구 위계 이론(Hierarchy of Needs Theory)을 통해 존경, 자아실현 등 고차원적인 욕구 충족을 위해서는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를 넘어, 3단계에 해당하는 애정과 소속감의 욕구를 반드시 충족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설명한다. 즉,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애정과 소속감을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를 위해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가야만 한다. 따라서 인간은 사회적 비교를 통해 자기 자신과 타인들 간 '공통점'과 '차이점'을 잡아내려 한다. 타인들 간의 공통점은 키우고, 차이점을 줄임으로써 내집단과 자기 자신 간의 동질감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비교가 백해무익하다면, 그것을 그만두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결론적으로 우리들이 자꾸 다른 사람들과 스스로를 비교하려는 행위 이면에는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한다. 진화심리학적 관점에 따르면, 사회적 비교 과정이 능수능란했던 개체가 보다 생존에 유리했기에 자연 선택 과정에 의거, 그러한 형질이 오늘날까지 우리들의 마음 속에 보존되어 왔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심리학자라면 끊임없는 타인과의 비교로 힘들어하고 있는 누군가가 '잘못되었다'고 함부로 단언하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타인과의 사회적 비교 과정 자체를 하지 말라고 조언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왜 그러한 사회적 비교의 과정이 '과잉 상태'에 이르게 되었나를 염려하고, 그에 맞춘 해법을 찾아내려 할 것이다.


  그밖에도 함부로 가치 판단, 당위의 잣대를 들이대어서는 안 되는 영역들은 많다. 누군가는 쉽게 '고정관념(stereotype)'의 존재를 적으로 돌리고 말 것이지만, 심리학자들이라면 결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 비교와 마찬가지로, 인간이 고정관념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활용하는 것에도 나름의 그럴듯한 이유가 있음을 먼저 말하려 할 것이다(실제로 우리는 고정관념의 존재로 말미암아 여러 가지 인지적 혜택을 보고 있다. 만약 고정관념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무수한 사건들에 대해 일일이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려는 수고를 들여야만 한다. 하지만 고정관념의 존재는 '전형적인 사건'들에 대한 우리의 판단을 간소화시켜 줌으로써 결과적으로 우리의 정신적 에너지의 고갈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것을 인정하는 가운데, 고정관념의 '과잉'으로 인한 폐해에 대해 지적하려 할 것이다. 고정관념의 존재 그 자체를 악(惡)으로 보려 할 것이 아니라 말이다.


  정리해보자. 심리학자처럼 인간을 바라본다는 것은 곧 인간의 모든 생각과 행동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자세다. 단지 그가 '나쁜 사람이기 때문에', '잘못되었기 때문에', 혹은 '덜 배워서' 분노하거나 슬퍼하거나, 스스로를 책망하거나 누군가를 미워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행위로 인해 겪게 되는 부작용만큼, 그러한 행위의 선택으로 인해 얻게 되는 이점 또한 명백했기에 그는 그러한 행위를 능동적으로 '선택'한 것이다(그 '선택'의 맥락을 스스로가 자각하고 있는가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지만). 가치 판단에 앞서 그가 '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곧 상담심리학자들이 강조하는 '경청', '배려'의 미덕이 아닐까. 그것을 빠뜨린 채 함부로 잘잘못을 규정하고, 간섭하려는 태도는 상대에 대한 무시와 불관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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