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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연구 해부하기

논문 구성에 대해

  블로그나 인터넷 기사, 심리학 관련 책 등에 소개되는 각종 심리학 이야기들은 실제 연구되어 학술지에 게재된 정식 논문 내용들을 요약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사실 관련 논문을 있는 그대로 소개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많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대부분의 논문들이 영어로 작성되어 있기도 하고, 연구 내용이 복잡하고 어려울 때가 많으니까요. 그래서 흥미로우면서 실생활에서 즉시 써먹기에도 유용한 심리학 연구들을 어떻게 하면 대중들이 보다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소개할 것인지에 대하여, 심리학자와 심리학 관련 저술가들의 보다 많은 노력과 고민들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심리학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는 나머지, 독자들로 하여금 심리학에 대한 뜻하지 않은 오해를 불러오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소개가 너무 간단해서 연구라는 것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잘 와 닿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방대한 부분을 요약하려다 보니 원 논문에는 있지만 미처 소개되지 못한 내용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심리학 논문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심리학 논문의 모습을 대략적으로 알고 계신다면, 일상에서 어떠한 심리학 내용을 접한다 하더라도 조금은 신중하게 그 내용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을 겁니다. 보다 더 나은 비판 역시  가능할지 모릅니다. 어느 부분에 초점을 두고 비판적 생각을 발전시켜야 할지 보일 테니까요. 지금부터 심리학 논문의 모습을 간단히 설명해 보고자 합니다. 대개의 심리학 논문들을 다음과 같은 순서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1. 첫 페이지

  해당 논문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들이 담겨 있습니다. 연구의 제목과 전체 연구 내용을 짧게 요약한 초록, 그리고 저자명과 저자의 소속 기관(대학, 연구소 등)이 명시됩니다. 대개 심리학 연구를 진행해 나가다 보면 방대한 기존 연구들을 일일이 읽어 나간다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대신 각 연구 논문들의 '정수(精髓)'라 할 수 있는 부분인 초록을 읽어보고 나서 '지금 내가 하려는 연구와 관련 있는 연구인가?', '내가 쓰고 있는 논문의 서론 작성을 위해 읽어 볼 만한 연구인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죠.


2. Intro of intro

  논문의 자기 PR(?)을 위해 할애되는 부분입니다. 해당 연구 내용과 관련 깊은 인상 깊은 격언, 명언 등을 인용하거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사고 등을 언급하며 독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킵니다. 해당 연구와 관련 있는 중요한 사례들을 들면서 저자가 수행한 연구가 왜 중요한지에 관해 설명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죠. 논문의 질이 얼마나 우수한가 와는 큰 관련이 없지 모르나 이 부분이 잘 쓰이면 아무래도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논문을 읽기로 결심할 가능성도 높아지겠죠.


격언을 인용하여 독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킵니다.



3. 서론(Literature review)

  해당 논문이 주로 다루고 있는 심리학적 개념에 관한 설명을 하는 부분입니다. 만약 '자존감, 자기효능감과 행복'에 대한 연구라면 '자존감', '자기효능감', '행복'의 정의는 무엇이며 관련 연구들은 어떤 것들이 진행되어 왔는지를 적는 부분입니다. 아무래도 해당 논문에서 말하고자 하는 연구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주제 삼아 연구를 진행하였는지 배경 지식이 필요할 겁니다. 한편 이 서론 부분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논리적 가설 도출의 과정'입니다. 즉 '기존 이러 이러한 연구들을 미루어 보건대 이러 이러한 가설이 도출되는 것은 타당하다', '기존 이러 이러한 연구들은 이러 이러하면 이러 이러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등이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반드시 드러나야 합니다. 이 이론적 배경/근거가 해당 논문이 주장하고자 하는 가설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연구 결과 자체도 그 가치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간혹 '기존 이러 이러한 부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 바 없었다' 라는 사실만을 가설 도출의 근거로 삼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별로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서론(Literature review) 부분에서는 연구 가설의 탄생 배경을 '논리적'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4. 연구 개요(Overview)

  연구 가설 및 예상 결과, 연구 방법 등을 요약해서 제시하는 부분입니다. '지금까지 서론에서 이러 이러한 사실을 언급했고 그래서 이러한 가설을 도출했다. 이에  따라 이러 이러한 방법으로 검증하는 연구를 수행할 것이다'


5. 방법(Method)

  연구의 대상, 설계된 연구 모형, 연구 도구, 연구 절차 등에 관한 내용들이 담기는 부분입니다. 심리학 연구들은 반복 검증이 가능해야만 하고, 이에 따라 후에 다른 연구자들이 해당 실험을 재현하기 위해 이 '방법' 부분은 정말 자세하고도 꼼꼼하게 기술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 부분이야말로 논문의 '꽃'이라고 감히 말하겠습니다. 심리학자들은 논문을 읽을 때 무엇보다 이 '방법' 파트를 유심히 읽습니다. 방법이 잘못되었다면 기술된 모든 연구 결과들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거니까요.


6. 결과(Results)

  연구의 결과를 소개하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을 기술할 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이 부분에는 오로지 '결과'만 서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과에 대한 연구자의 해석이나 주장 등은 뒷 부분인 '논의' 부분에서 제시되어야만 합니다. 이 부분은 실험에 따른 결과만을 있는 그대로, 일목 요연한 형태로 제시해야 합니다. 결과 진술 및 관련 통계 수치들을 가능한 일일이 기술해주는 한편 결과를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표나 그림을 수록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표는 연구 내용을 한 번에 이해하는 데 있어 정말 유용합니다.


7. 논의(Discussion)

  가장 앞 부분에서는 대개 연구 결과를 요약해서 설명합니다. 그리고 나서 해당 연구 결과가 왜 도출되었는지에 관하여, 그리고 해당 연구가 어떠한 이론적/응용적 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에 관한 연구자의 주장이 이어집니다. 사실 이 부분은 논문에서 저자의 주관적인 의견이 그나마 가장 강하게 반영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논의 부분은 앞서 설명드린 다른 부분들에 비해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내용을 개진할 수 있는 편입니다. 부가적으로 저자 스스로가 생각하는 연구의 한계점이나 해당 연구를 통해 새로이 고안해볼 수 있는 후속 연구의 방향 등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8. 참고 문헌(Reference)

  논문 작성에서 활용된 책, 기사, 다른 논문, 보고서, 영상 자료 등등 다양한 참고 문헌들을 수록하는 곳입니다. 심리학 논문들은 대개 APA 양식이라고 하는 참고 문헌 규격에 따라 이 부분이 작성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을 작성함에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은 바로 '본문 내에 인용되어 있는 참고 문헌과 이 부분이 정확하게 일치하는가?' 입니다. 본문에 인용되어 있는데 이 참고 문헌 파트에 수록되지 않은 자료는 없어야 합니다. 반대로 본문에 인용되어 있지 않음에도 이 참고 문헌 파트에 수록된 자료도 없어야 합니다. 그래서 논문을 쓰고 나면 몇 번이라도 본문과 참고 문헌 파트를 비교하면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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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략적인 논문 구성에 대한 설명은 끝난 것 같습니다. 대개 책이나 기사 속의 심리학 내용들은 원 논문의 초록(Abstract)이나 개요(Overview), 혹은 논의(Discussion) 부분만 보고 소개된 것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논문을 볼 때 무엇보다 방법(Method) 부분을 정말 주의 깊게 읽고, 정말 바쁠 때는 초록과 방법 부분만 읽고 논문 읽기를 끝내는 경우도 있습니다(물론 심리학자들은 대개 해당 논문의 모든 부분을 다 보긴 합니다). 어쩌면 이 차이로부터 학계와 대중 간 심리학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가 생기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출처: Campbell, W. K., Foster, C. A., & Finkel, E. J. (2002). Does self-love lead to love for others?: A story of narcissistic game play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3(2), 34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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