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행복한 남성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심리학자들은 쪼잔하다(?)


관심 있는 이성에게 호감을 얻는 O가지 방법
자기 계발 O계명
공부를 잘하기 위한 O가지 비법
당신이 궁금해하는 남자/여자들의 심리
성공하기 위한 O가지 팁
.
.
.


  인터넷에 떠도는 글 가운데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것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아마 여러분 누구나 저러한 글들을 접해본 적 있으시리라 생각되네요. 여러분은 저 제목들을 볼 때 어떠한 기분이 드시나요? 어차피 흔한 얘기들 아니겠느냐고, 누가 모르냐며 손사래 치거나 별 거 없을 것 같다며 무시해버리고 싶어 지시나요?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생각지도 못한 대단한 비법이 담겨 있을지 모른다며 무심코 제목을 클릭해버리진 않았나요? 특히 지금 여러분 자신이 애달파하지만 생각보다 멀리 있는 것 같은, 마음에 둔 이성이 있거나 공부가 잘 안돼서, 혹은 취업이 잘 안돼서 불안하다면 말입니다.


  

'행복한 남성의 특징'



  얼마 전 YTN에서 '행복한 남성의 특징'에 관한 내용이 보도되었습니다. 이 보도 내용이 생각보다 화제의 대상이 되어버린지라 저만해도 인터넷 커뮤니티들을 구경하다가 여러 번 보았던 내용입니다. 이에 대한 일부 누리꾼들의 반응을 살짝 가져와보자면, '내가 연애를 안 해서(?) 이렇게 불행한가 보다', '결혼 부추기는 것 같은데 이거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 아니냐', '나는 저 조건들을 만족시키고 있는 것 같은데, 안 행복한데?' 등등 다양한 의견들이 오고 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 보도 내용이 과연 얼마나 가치 있게 받아들일 만한 내용인가에 대해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행복한 남성의 특징이라며 열거된 내용들이, 심리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눈에는 무척이나 '애매하게' 보이거든요.


  심리학은 기본적으로 마음을, 즉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다만 이 마음이라는 것을 눈에 보이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측정 방법들을 고안하고 활용, 그 결과들을 토대로 마음의 구조나 상태 등을 추론해 내는 것이 심리학 연구의 기본 틀입니다. 하지만 심리학자들은 항상 이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척 간단합니다. 눈에 안 보이기 때문입니다. 보이지를 않으니 도대체 내가 지금 다루고 있는 것이,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것이 맞는지 확실하지 않죠. 그리고 그 보이지 않는 것이 만약 움직이거나 그 성질이 변화한다면,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그것을 어떻게 제대로 알아볼 수 있을까요.


  그런 이유 때문에 기본적으로 심리학은 매우 미시적인 학문입니다. 안 그래도 눈에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아 모호하기 짝이 없는 것이 곧 인간의 마음인데, 거대하고 추상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더 복잡해져서 마음이라는 실체를 도무지 잡아낼 엄두가 나질 않게 됩니다. 그리고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다소 쪼잔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긍정(positivity)'의 뉘앙스가 담겨 있는 말들을 한 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행복함, 기쁨, 밝음, 웃음이 남, 재미있음, 흥미로움, 신이 남, 감동적임 등등 정말 다양한 말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일상에서는 이 모든 느낌들을 '좋다'라는 단어 하나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행복해도 좋다고 말할 수 있고, 재미있는 것도 좋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감동적인 영화에 대해서도 우리는 '좋았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심리학자들에게 있어 '좋다'라는 말만큼 애매한 것이 없습니다. '좋다'라는 말만으로는 행복함, 기쁨, 밝은, 웃음이 남, 재미있음, 흥미로움, 신이 남, 감동적임 등등 다양한 말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독특한 면면들을 구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심리학 연구에서 단순히 '좋다'라는 말은 있을 수 없습니다. 구체적인 상황과, 구체적인 말이 있어야만 합니다. 비록 미시적으로 파고들게 되어 당장 큰 그림이 보이지 않더라도, 작아 보이더라도 심리학에서 다루는 용어 하나하나는 '확실해야만' 합니다.


  다시 YTN의 보도 내용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중에 20대 행복한 남자들의 특징으로 언급된 세 가지(최신 유행에 민감,  운동 등 자기관리 철저, 연애에 관심이 많음)에 주목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심리학자라면 누구나 여기에 대해 (예를 들어) 이러한 질문들을 던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애매한 것은, 아직 믿을 수 없으니까요.



'최신'이라는 말은 어느 기간을 의미하는가?
'유행'의 조작적 정의는?
'민감하다'라는 상태는 어떻게 측정했는가?
'운동 등'에서 '등'안에는 무엇이 포함되어 있는가?
'철저한 것'과 '철저하지 않은 것'의 경계는?
어느 정도여야 관심이 '많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행복'의 정의는 무엇인가? 어떻게 측정했는가?
연구 결과라면, 상관 분석 연구인가 실험 연구인가?
.
.
.

매거진의 이전글 심리학 연구, 한 눈에 간파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