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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걸쳐, 자존감은 어떻게 변할까?

자존감에 대한 최신 메타분석 연구 소개

  최근 자존감과 나이에 관한 메타분석 연구를 다룬 흥미로운 기사가 소개되었다. 기사에서 소개된 연구에서는 자존감 관련 기존 연구 191편을 참고, 자존감과 나이 사이 관련성을 추적하였다. 연구 결과를 아주 간단히 요약하자면 발달심리학적으로 자존감은 약 60세에 이를 때까지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를 보인다. 그러나 상승세는 나이가 들며 점점 완만해진다. 그러다 70세 이후부터는 점차 자존감이 감소하는 패턴을 나타낸다.




http://www.kormedi.com/news/article/1228886_2892.html



실제 연구를 찾아보니 이런 그림이다(출처: Orth, Erol, & Luciano, 2018).




  개인적으로, 몇 가지 눈에 띄는 포인트들이 있다. 첫째, 적어도 발달적 관점에서 볼 때는 소위 '젊은 사람'들의 자존감 추세는 나쁘지 않다. 매일 매일을 사느라 바빠 멀리 볼 수 없었고, 그래서 미처 자각하지 못했을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아직 젊은 나의 자존감 수치는 꾸준히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일견 납득이 간다. 젊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물론 사회에 불만이 많겠지만, 어쨌든 시간을 두고 볼 때 앞선 세대들은 점점 사회를 움직이는 중심부에서 밀려나게 될 것이며 그 중심부는 점차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올라와 차지하게 될 것이니. 그래서 돈도 제일 잘 벌고, 사회적으로 힘도 제일 세고, 할 수 있는 것도 가장 많아지게 될 테니. 사회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면 어쨌든 세대 교체는 일어나고, 그 과정은 계속 반복될 것이니 자연스럽게 찾아올 변화다.


  그런데 문득 생각해본다. 사실 자존감 책 찾고, 자존감 강연 듣고, 자존감 워크샵 하고 등등… 소위 '자존감 열풍'에 가장 휩쓸리고 있는 세대가 바로 젊은 세대다. 그런데 노인, 아이 세대에 비해 왜 젊은 사람들의 자존감에 대한 관심이 유독 강할까. 어쩌면 젊은 사람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자존감 열풍은 그들의 '낮은 자존감' 그 자체로부터 기인하는 것이 아닌, '변동성이 큰, 불안정한 자존감'에 대한 반영이 아닐까.


  공부하고, 진로 탐색하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내집마련하고, 아이 낳고, 노후 설계하고 등등. 부모의 품에서 나와 본격적으로 사회인으로서 발돋움하는 시점인지라 유독 삶이 불안정하다. 그래서 자존감에 대한 염려가 그들의 실제 자존감보다 더 커진 것은 아닐까. 물론 문화차, 저출산고령화, 높은 실업률, 부양부담, 내집마련 문제 등 수많은 사회문화적 요인들의 영향력도 간과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프에서 눈에 띄는 두 번째 지점은 맨 오른쪽 끝, 자존감이 뚝 떨어지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고령에 가까워질수록 자존감이 감소세를 띄는 현상에 대해서는 납득이 간다. 나이가 들면 우선 정신적, 신체적 쇠약이 찾아온다. 은퇴 시점의 도래로 인해 사회적 소속감도 약화되고 통제감/효능감도 덜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위에 먼저 떠나는 친구, 지인, 가족이 많아진다.


  그래서 노인은 타 세대에 비해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유독 취약한 세대다.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의아한 것은 자존감의 하락이 특정 나이대를 기점으로 지나치게 '급격한' 하락세를 나타낸다는 점이다. 왜 완만하게 떨어지지 않을까. 저 시점에 과연 무슨 일이 있었기에 60-70대까지도 줄곧 높았던 자존감이 확 꺾이기 시작한 것일까? 말 그대로 확.


  솔직히 잘 모르겠다. 개개인의 그래프였다면 개인의 어떠한 특수한 경험 탓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저것이 패턴이라면 딱히 짐작가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논리적인 궁리는 잠시 접어두고 감상적으로 한 번 생각해본다. 보통 죽음, 혹은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직감'한다는 말을 많이 하지 않던가. 사람이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것은 그런 것인가보다. 어느날 갑자기 예고 없이 확 들이닥치는, 어떤, 그런 것. 그리고 그렇게 본다면 저 하락세의 시작점이 바로 그 '직감'의 순간은 아닐까.


  바라건대 나는 죽음이라는 것이 많이 두렵고 무섭기에 그것이 자각될 수 없도록 천천히 스며들어 왔으면 좋겠다. 어차피 죽을 거면 나 모르는 새에 스르르 날 데려가기를 바란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죽음이라는 것은 외면받기를 허락하지 않는 그런 존재인가보다. 어느날 갑자기, 찾아드는 엄숙한 죽음의 그림자가 있고, 그것이 곧 급격한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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