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행복에 대한 생각에 대한 생각에 대한 생각

메타인지와 행복에 관한 심리학

 최근 자전거에 맛 들렸다. 좀 무리하나 싶긴 하지만 집에서 회사까지 한 시간씩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 따릉이 180일 정기권을 끊어놓으니 부담도 없다. 주말에는 최근 장만한 자전거를 타고 5-6시간씩 자전거길을 달린다. 필자는 경기도 구리시에 살고 있는데, 중랑천 자전거길을 타고 조금만 열심히 올라가면 내가 어린 시절 살던 의정부에도 갔다 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추억이 깃든 동네를 천천히 누비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름 행복한 일이었다. 자전거를 통해 운동도 챙기고, 기분도 챙기고, 행복도 챙기는 요즈음이다.


 자전거를 타다 보면 생각할 시간이 참 많다. 이런저런 구경을 하다 보면 일에 대해 생각도 하고, 삶에 대해 생각도 해본다. 자전거를 타며 행복한 기분을 누리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행복'의 의미에 대해서도 새삼 고민해보게 된다. 그 뭐 상투적인 것 있지 않은가. 행복이 뭐 별 것인가~ 하는 그런 류의 은근한 만족감.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그런 것이 바로 곧 나만의 행복이 아닐까. 나의 행복을 정의 내릴 수 있는 건 결국 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랑천 타고 의정부 가던 날


행복의 심리학

 행복에 관해 심리학적으로 알려진, 일반적인 내용들을 한번 짚어보자. 대체로 행복 경험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요소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1) 성격: 외향성, 낮은 신경성, 통제감, 낙관성 등

2) 사회적 지지: 다른 사람들의 조언, 격려, 지지, 위로, 공감 등

3) 몰입 경험: 어딘가에 푹 빠져서 '행복'했던 경험들

4) (주관적) 건강: 건강한 신체와 마음에 행복한 기분이 깃든다

5) 금전, 재물: 소득과 행복 간의 상관성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을지 모르겠다. 일정 수준까지는 소득과 행복이 정비례하다가,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서부터는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적어진다고 한다.


 행복에 관여하는 여러 요소들을 '존재'-'관계'-'성장'으로 요약한 심리학자들도 있다. '존재'에는 건강, 경제력, 주변 환경, 주거, 외모 등이 포함되며, '관계'에는 자녀, 배우자, 타인, 사회적 지지, 이웃, 가족 등이 포함되고, '성장'에는 효능감, 자기 성장, 여유, 여가, 종교, 직장, 학업 등이 포함된다.


 행복의 조건에 관한 심리학 연구들을 보면, 정말로 온갖 삶의 요소들이 다 행복 경험에 관여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를 두고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뭐 이리 챙겨야 할 것이 많은지 원'.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다. '행복으로 가는 길이 이렇게나 다양했다니. 마음에 드는 몇 가지만 마음대로 골라 잡아 챙기면 행복해지지 않을까.'라고.



나의 행복을 정의 내릴 수 있는 건 결국 나

 마음대로 행복의 요소들을 골라 잡기 전에 한 가지 생각해야 할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행복 경험이 주관적이라는 사실이다.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행복의 정도가 다르다. 그런고로, 결국 행복이란 것은 남이 대신 찾아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 것도 나에게는 맞지 않은 것일 수 있다. 반대로 남들은 싫다고 하는 것이 나에게는 행복의 열쇠가 될 수도 있는 법이다. 그렇다면 스스로에게 질문해야겠다. 나는 행복을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보통 행복에 대해 정의를 내릴 때 두 가지 관점이 거론된다. 의미, 자아실현, 성장 등을 중시하는 의미 주의(Eudaimonia), 그리고 쾌락주의(Hedonia)다. 무엇이 더 행복의 본질에 가까울까. 현시점에서 정답은 없다. 다만 우리 스스로가 어느 쪽으로 더욱 마음이 기울고 있는지를, 자신에게 물어보면 될 일이다. 이것이 바로 행복에 대한 생각. 행복에 대한 메타인지다. 행복 메타인지에 주목하는 심리학자들은 행복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행복'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하고 주기적으로 교정해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만약 행복에 대한 자신의 정의와 실천이 일치하지 않으면 어떨까? 스스로는 쾌락주의를 지향하지만 맨날 깨달음을 추구한답시고 사색하고, 공부하고, 읽어야 한다면 행복할까. 반대로, 삶의 의미나 자기 성장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맨날 먹고 마시고 놀아야 한다면 행복할까. 행복 메타인지는 내가 쏟을 수 있는 한정된 자원, 시간을 올바른 목표에 투자할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하게끔 돕는 역할을 한다.




행복에 대한 또 다른 관점들

 앞서 행복의 정의에 관한 가장 기초적인 두 차원을 소개했다(의미주의와 쾌락주의). 어느 한 가지를 선택하든, 둘 모두를 추구하든 자유다. 다만 행복에 관한 메타인지를 보다 구체화하기 위해 다음의 질문들에 대해서도 한번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1) 선천성: 행복한 사람은 타고난다고 믿는가? 아니면 후천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믿는가?

2) 통제가능성: 행복은 내 노력으로 오롯이 얻어지는가? 외부의 도움은 과연 얼마나 중요할까?

3) 시간: 행복은 과거 경험의 집합인가? 아니면 현재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한가? 미래의 어떤 기대나 희망이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4) 실존성: 행복은 얼마나 단단할까? 혹시 덧없는 허상과도 같은 것일까?


 예상1: 행복을 선천적인 것 - 외부의 도움이 꼭 필요한 것 - 과거의 산물 - 덧없는 것에 가깝게 생각한다면, '행복'을 삶의 목표로 삼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 수도 있다. 이 경우 행복은 순응이지, 쟁취가 아니다. 가지지 못한 것보다는, 이미 가진 것에 주목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즐겁던 어제와 오늘, 그게 다 행복이었을 것이다.


 예상2: 행복을 후천적인 것 - 내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것 - 현재/미래의 무언가 - 단단한 것에 가깝게 생각한다면, 그만큼 행복에 관한 믿음과 신념이 확고하기에 좀 더 과감히 자신이 믿는 행복을 쟁취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다만 행복에 대한 메타인지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니, 가끔은 멈춰 서서 행복의 심오함에 관해 고민해보는 것도 좋겠다.






** 참고: 김현정, 김진영 (2019). 청소년용 행복 메타인지 검사의 준거 관련 타당화 연구: Keyes의 긍정적 정신건강 모델을 중심으로. 한국심리치료학회지, 11(1), 45-61.

매거진의 이전글 감정노동의 부담을 줄이는 심리학적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