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 따위는 없다

고민의 역설: 고민할수록 답은 멀어진다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뭘까?
'인생이'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까?


  여러분은 평소에 얼마나 위와 같은 고민들을 하는가? 누구나 하는 고민 아니냐고? 누구에게나 통용될 수 있는 질문인 것은 맞다. 하지만 '하루에' 얼마나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가는 사람마다 다르다. 당장 현실의, 눈앞에 닥친 현실적인 문제들에 골몰하느라 특별한 계기가 아니라면 위와 같은 고민을 자주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반면, 사람들 중에는 현생이 바쁘든, 아니든 상관없이 습관적으로 이런 본질적 고민을 달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본질적 고민들의 대부분은 사실 쓸 데가 없다.



  내 진로, 적성, 행복, 삶의 의미, 가치, 건강 … 물론 중요한 고민이고 바람직한 고민이다. 하지만 이런 본질적인 고민들에 매몰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왜? 이런 고민의 경우, 아무리 시간을 들여 생각해 봐도 명확한 해결책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생각만 더 복잡해지고, 답답해질 뿐이다.


  '인생의 행복'을 예로 들어보자. 진정한 행복이 뭔지 아는 사람 있는가? 혹시 여러분은 답을 냈는가? 단언컨대 아닐 것이다. 너무 막연하고, 어려워서 당장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를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솔직히 이거 아는 사람 없다.  강연, 저술 분야에서 그렇게나 잘 팔리는 주제이지만, 그 누구도 명확한 답을 갖고 있지 않다. 그 누구도 알려줄 수 없고, 필자 또한 그게 뭔지 모르겠어서 맨날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본질적인 고민에 매몰되면,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필자의 지인 중에는 본질적인 고민을 달고 사는 이가 있다. 술자리 때마다 답도 안 나오는 문제로 고민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삶이 내게 맞는지 회의감이 들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싶어', '행복이란 뭘까?', '인생의 의미가 뭐라고 생각해?' 등등의 것들. 치열하게 삶의 여러 본질적인 문제들을 고민할수록 삶이 달라질까? 아니다. 지인은 늘 다니던 회사에 다니고, 늘 하던 취미 생활을 하고, 늘 예측 가능한 처지의 삶을 살고 있다. '뭐라도 좀 해보라'라고 하면? '그게, 좀 어렵네', '복잡해', '진정으로 마음이 동하지 않아'와 같은 변명을 한다.


  심리학의 비교적 최신 이론 중에는 해석 수준 이론construal level theory이라는 것이 있다. 이 이론은 시간적, 공간적, 심리적 거리가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다. 만약 어떤 사건, 경험, 의사결정, 목표 등이 '멀게' 느껴지면 상위 수준high-level construal, 즉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관점에서 사안을 판단하고 해석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대로 '가깝게' 느껴지면 하위 수준low-level construal, 즉 구체적이고 특수한 관점에서 사안을 판단하고 해석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위 수준의 해석에서는 사안의 바람직성을 평가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올바른가, 올바르지 않은가. 타당한가, 타당하지 않은가. 맞는가, 그른가. 정의로운가, 부당한가, 이걸 왜 해야 하나 와 같은 관점에서 평가하고,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 반면 하위 수준의 해석에서는 사안의 현실성을 평가하는데 초점이 맞춰진다. 실현 가능한가, 아닌가. 급한 건가, 아닌 건가. 지금 꼭 필요한 건가, 아닌 건가. 구체적인가, 아닌가. 당장 할 수 있는 건가, 아닌가,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와 같은 관점이다.



문제는, 본질적 고민들이 대개 상위 수준의 해석과 관련이 깊다는 점이다.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찾자.

'인생'의 행복을 추구하자.

'건강'하게 '오래' 살자.


  '진정으로', '인생', '건강', '오래', 목표 속 이런 표현들은 막연하다. 먼 미래의 일만 같다. 그래서 상위 수준의 해석, 즉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판단을 유도한다. '나는 운동을 진정으로 좋아한다', '나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행복하다'와 같은 대안이 있을 때, 이를 맞다, 아니다의 관점에서 평가하게 만든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이러한 평가는 우리를 실천으로 이끌어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고민들을 다음과 같이 바꾸면 어떨까?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찾자.

→ 12일에 진로상담을 예약하자. 23일에는 평소 눈여겨봤던 글쓰기 클래스에 등록하자.


'인생'의 행복을 추구하자.

→ 다음 주 중에 가족과 식사 자리를 만들자. 25일에는 평소 가고 싶었던 여행 계획을 짜자.


'건강'하게 '오래' 살자.

→ 다음 주 수요일쯤에 건강검진을 예약하자. 다음 달 10일까지 3kg만 빼보자.


  이제 목표의 방향성이 하위 해석 수준으로 내려왔다. 앞서 설명했듯 하위 해석 수준에서는 그 대안이 '맞, 아니다'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그보다는 그 대안을 실제로 실현할 수 있는가,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실현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추상적 목표 + 상위 해석 수준의 조합보다 동기부여, 행동 촉진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정리해 보자. 혹시 여러분이 '나는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이 뭔지 모르겠어', '왜 나는 행복하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성공할 것인가' 이런 본질적 고민에 매몰되어 있다면, 그런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쓸데없는' 고민들은 내려놓자. 목표의 해석 수준을 바꿔(상위 → 하위), '바람직성'보다는 '현실성'에 더 집중해 보자.


건강해지자, 보다는 다이어트하자, 가 낫고
다이어트하자, 보다는 4주 간 달리기하자, 가 낫고
4주 간 달리기하자, 보다는 10월 3일까지 아침 7시 32분부터 1시간 동안 달리기하자 가 낫다.




홈페이지를 열었습니다!

허용회 작가의 사이콜로피아 홈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여러 심리학 강의/교육 신청, 직접 개발한 심리검사 참여 가능하며 

기타 심리학에 관한 유용하고 재미있는 정보들을 담을 예정입니다. 

제가 하는 일이 궁금하시다면 홈페이지 방문 부탁드립니다!!


허작가의 사이콜로피아(바로가기)

매거진의 이전글 그래서, 메타인지가 뭔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