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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도 자도 졸리고 피곤한 심리학적 이유

회복 역설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심리학에는 회복 역설Recovery paradox이라는 것이 있다.



  업무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응당 더 열심히 쉬고 회복되어야 하는데 반대로 업무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오히려 회복을 더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사실 바쁘고 힘든 직장인들마다 저마다 계획은 다 가지고 있다. 



이번 주 너무 힘들었으니까, 주말에 호캉스라도 가야지.
맨날 야근하니까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쳤어. 이번 주말에는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쉬어야지.
요즘 일만 하니까 삶이 답답해. 휴가 때 여행도 가고 취미생활도 하고 알차게 보내야지.



  하지만 역설적으로 힘들수록 더 잘 못 쉬는 현상이 일어난다.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월요일을 맞게 되고, 계속되는 고된 업무에 버틸 힘이 더 떨어지기 시작한다. 더 지치고, 더 못 쉬고, 그런 상태에서 다시 한 주가 시작되고 … 악순환의 반복이 아닐 수 없다.



자도 자도 졸리다고? 회복 역설에 빠진 것인지도 모른다.



  왜 회복이 더딘가? 첫째, '잔상'이 남기 때문이다(부적 활성화 가설). 업무에 찌들어 있다 보니 퇴근해도 머릿속은 온통 업무 생각으로 가득하다. 즉, 심리적 분리가 제대로 되질 않는다. 야근이라도 했다 치면, 더 하다. 집은 그저 잠깐 눈만 붙일 수 있는 임시 거처일 뿐이다. 본래 꿈이란, 그날의 온갖 생각들을 정돈하고 비워내는 역할을 한다고 하는데 업무량이 과하면 꿈에서도 일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하루종일 업무 생각이 맴도는 수준이라면, 영화를 봐도, 드라마를 봐도, 운동을 가도, 산책을 가도, 친구를 만나도 온전히 즐거운 경험에 몰입하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 휴식을 취하는 데 사용할 에너지마저 다 써버렸기 때문이다(에너지 자원의 고갈 가설). 독서, 운동, 산책, 기타 각종 건전한 취미생활은 언감생심이다. 쉬는 날만 되면 너무 지쳐서 아무것도 할 기운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어떻게든 스트레스는 풀고 싶기에 값싸고 손쉽게 쾌감을 얻을 수 있는 수단들, 이를테면 술, 담배, 기름진 음식 등 자극적인 것만 찾게 된다. 하지만 알다시피 술은 숙면을 방해하고, 담배는 만병의 근원이며, 기름진 음식은 속이 더부룩하고 살이 찌는 원인이 된다. 더 피곤하게 만들면 만들었지, 더 건강하게 해 줄 리는 없다는 의미이다.


  정리해 보자. 업무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일단 보상심리에 대한 환상을 버릴 필요가 있다. 더 잘 놀 수 있다고? 사우나도 가고, 스파도 가고, 여행도 가고 더 잘 쉬면 회복될 거라고? 놀고 쉬는 데에도 당연히 신체적/정신적 에너지가 들어간다. 평일 내내 고된 업무로 몸과 마음이 지치고 나면 주말 휴일에 도무지 뭔가 더 해 볼 기운이 나지 않을 것이다.


  '더 잘 쉬는 것'보다는 '일을 줄이는 것'이 회복 역설 극복에 더 효과적이다. 직속 사수, 팀장님, 부장님, 사장님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야근을 줄이도록 협상해야 한다. 도저히 업무 부담을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면 워라밸을 좇아 이직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퇴근 후에는 가급적 업무 관련 자료를 보지 않도록 하고, 바쁜 업무 시간이라도 틈틈이 휴게실도 가고, 동료들과 수다도 떨고, 바람도 쐬며 휴식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틈틈이 체력을 아껴 줍시다



  흔히 몸은 퇴근했지만, 마음은 퇴근하지 못했다는 말을 하곤 한다. 이는 일로부터 심리적 분리가 잘 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말로, 심리학적으로 볼 때 심리적 분리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면 이는 조금 과장하면 퇴근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일을 줄이는 한편, 공식적 퇴근 시간 이후에는 업무 관련 자극(문자, 전화, 메신저, 메일)을 최대한 차단하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 참고: 장재윤, 김보람, 문혜진 (2023). 직장인의 회복 역설: 방해 스트레스 요인과 심리적 분리 간의 매개 기제 검증. 한국심리학회지: 일반, 42(1), 5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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