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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지식사업자가 흔히 갖고 있는 두려움에 관해

광고가 자칫 '폐'가 될까 하는 두려움

왜 이 좋은 강의를 공짜로 하세요.



소심한 내향인인 내가 사업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일 중 하나는 광고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나는 지식사업자로서 내가 쌓아 온 지식과 통찰을 판매하기 위해 세상에 나왔다. 그런 내가 가장 먼저 시도한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무료강의'였다.


물론 난 스스로 무료강의가 훌륭한 미끼 전략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일단 무료로 재미있고 유익한 심리학 강의를 열어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게 되면, 그중에 누군가는 내 노력의 가치를 알아봐 줄 것이고, 언젠가 강연 섭외로 연결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하지만 나는 홍보다운 홍보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었다.


여러분은 무료강의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나는 많이 들어봤다. 벤치마킹도 해야 하고, 경쟁자 분석도 해야 했고, 나 스스로도 배움에 목말랐던 탓이었다. 그래서 무료강의라면 일단 다 신청하고 봤다. 그리고 찾아가서 다른 강사들이 어떻게 하는지를 지켜봤다.


나와 다른 강사들의 결정적인 차이는 '홍보 여부'에 있었다. 실력은 천차만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건방지지만 '저 정도 강의력이면 나도 할 수 있겠다' 생각할 만한 강의도 있고, '나 따위는 어렵겠는데' 싶은 명강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안 하고 그들은 꼭 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자기 홍보였다.


대부분의 무료강의에서는 반드시 홍보가 있었다. 업체 후원을 받는 강의라면 업체 및 상품 소개가 포함되어 있었고 개인 강사가 진행하는 강의라면 자신의 화려한 경력사항과 출강이력에 대해 홍보하고, 불러주십사 적극적으로 '읍소'했다. 그 장면을 보며 문득 나는 깨닫는 바가 있었다.



생각보다 '홍보'를 불쾌해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나는 사람들이 홍보의 히읗 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는 줄 알았다. 사실 나부터도 TV에서건 인터넷에서건 유튜브에서건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광고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며, 광고에 이끌려 뭘 구매해 본 적도 거의 없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겠거니 했다.


그래서 죄스러웠던 것이다. 무료강의랍시고 귀한 시간 내서 먼 곳까지 찾아와 주신 분들께 반강제로 나를 '광고'로서 들먹이다니. 아까까지 혼신을 다해 강연의 퀄리티로 만족감을 드렸지만, 나를 좀 강사로서 구입해 주시라, 는 읍소를 들이미는 순간 사람들의 즐거웠던 반응이 깨어질 까 두려웠다.


그래서 나는 매번 비싼 공간을 대여하면서도, 일일이 다과를 구매하면서도, 실습 재료비를 사비로 충당하면서도, 참가자 모집에 돈과 시간을 쓰면서도, 그렇기에 최소한 내가 당당히 시전 할 수 있었을 자기 홍보의 기회를 날려먹기 일쑤였다. 별도 홍보의 시간은 무슨, 첫 부분 자기소개조차도 대충 넘겨버리곤 했다.


강의를 마치고 나면 사람들의 만족스러운 반응에 더없이 기뻤고, 나 자신도 뭔가 해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게 당장 내 수입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였을까. 종종 강의를 들은 분들이 내게 와서 질문하기도 했다. 


'여기 직접 대관하신 거예요?'

'그냥 강의만 듣고 가려니 미안해서 그런데 대관비 조금이라도 보탤게요'

'왜 이런 좋은 강의를 돈 안 받고 하세요'

'저도 여기저기 강의 다녀봐서 아는데, 강의 마지막에 홍보를 넣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나는 한동안 무급 신세로 무료강의로서, 계속 사람들에게 서비스만 제공하는 비효율을 저지르고 있었다. 언젠가는 나를 알아봐 줄 '귀인'을 기다리고만 있었을 뿐, 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팔아야 한다는 생각까지는 감히 하지 못했었다. 결국 일 년이 가깝도록 무료강의 위주로 하다가 겨우 '귀인'을 만나 수입을 늘리기 시작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의 나는 정말 무모했던 것 같다.



평가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라.


아무리 소심하더라도, 내향인이더라도 냉혹한 사업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광고전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굶어 죽는 일 앞에서는 내향인이고 외향인이고 장사 없다. 물론 안다. 내향인들은 외향인 만큼 낙관적이지도, 과감하지도 않다. 혹여나 어설픈 광고 내밀기가 고객에게 부담을 줄까 봐, 오히려 내 상품을 더 싫어하게 만들까 봐 걱정을 한다.


하지만 설령 욕 들을지라도 잊히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이다. 왜, 악플이 무플보다 낫다고 하지 않던가. 지식사업자가 된 지 어느덧 8년 정도 된 지금, 나는 자신을 광고하는 데에 익숙해졌다. 뭐 돈이 없어서 강남역 전광판에 내 사진을 건다거나 이런 건 아직 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자세의 변화다.


돈 드는 마케팅을 할 수는 없지만, 어디에서라도 기회만 주어지면 마케팅을 한다는 자세로의 변화가, 내가 그동안 이뤄 낸 개인적 성장이다. 이젠 무료강의를 하더라도 반드시 앞뒤로 내 경력을 소개하고, 내 저서를 홍보한다. 내가 판매하고 있는 강연 상품도 시간을 들여 정성껏 홍보한다(감사하게도 욕을 하며 문을 박차고 나가시는 분은 없었다).


사람들을 만날 때에도 마찬가지다. 자기소개를 할 때면 자연스럽게 나의 경력사항들, 저서, 활동 실적들이 줄줄이 입에서 튀어나오는 수준이 됐다. 그리고 언젠가 여러분 회사에서 교육 시간에 한번 뵙고 싶다고, 교육담당자님 계시면 저를 꼭 불러주시면 좋겠다고, 농담 조로 이야기하지만 자연스럽게 홍보를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나는 그런 나의 '성장'이 무척 뿌듯하다. 누가 광고하고 있다고 욕하면 뭐 어떠리, 그래도 나는 살아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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