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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검사의 빈틈: 마하인을 경계하라

'대놓고 불량한 사람'만 걸러낼 것인가?

 채용 분야에서는 지원자의 인성을 평가하기 위해 다양한 심리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크게 두 가지 축으로 구분되는데, 먼저 성실성, 개방성, 정직성, 끈기, 배려, 공감능력 등의 긍정적인 특성을 측정하는 검사가 있다. 그리고 부적응의 가능성이 있거나 잠재적으로 조직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지원자를 선별하기 위한 불안, 우울, 공격성 등 부정적인 특성을 측정하는 검사도 있다.


 긍정적인 특성 측정만으로는 안될까? 불안, 우울 등의 지표 측정이 필요할까?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의 기본 가정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사실 긍정심리학 태동 이전, 심리학자들은 이분법적인 태도를 갖고 인간의 성향을 평가해 왔다. 좋음(positive) 혹은 나쁨(negative)이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을 치료하게 되면 알아서 ‘좋음’ 상태로 이행할 것이라 믿었다. 즉, 마음에 문제가 있는 사람을 더 이상 그렇지 않게 되돌리기만 하면 역할이 끝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좋음’과 ‘나쁨’이라는 단순한 구분은 긍정심리학의 등장과 함께 수정되었다. ‘좋음’ - ‘보통’ - ‘나쁨’으로 세분화된 것이다. 사실 그렇다. 예를 들어, 우울증이 있는 사람이 우울증을 치료했다고 해서 ‘좋음’, 즉 자동으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저 우울하지도 않고, 행복하지도 않은 ‘보통’ 상태로 넘어간 것일 뿐이다. ‘보통’ 상태에서 ‘좋음’ 상태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강점을 확인하고, 긍정 심리 자본을 확보하고, 자아 성찰을 하는 등 별도의 추가 노력이 필요하다.


 채용 인성검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성실성, 공감능력 등 긍정적 특성들의 점수가 낮다? 그건 ‘나쁨’이 아니다. ‘보통’이다. 성실하지 않은 것이지, 게으른 것이 아니다. 외향성도 적절한 예시가 될 수 있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외향성이 낮다는 것이 곧 ‘내향적’ 임을 의미하지 않는다. 외향적이지 않은 것과 내향적인 것은 구분되어야 한다. 정리하면 기존의 긍정적 특성 위주의 인성검사는 ‘좋음’, 혹은 ‘보통’을 측정할 뿐이다. ‘나쁨’에 해당하는 특성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불안, 우울, 공격성 등을 측정하는 별도의 검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런 이유로 많은 기업에서 긍정적 특성뿐 아니라 부정적 특성을 같이 측정하는 인성검사를 도입하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불안, 우울, 비관성, 반사회성, 공격성, 냉담성, 강박 등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유명한’ 정신병리적 특성들에 초점을 맞춰 지원자를 평가하고 선별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인성검사가 도입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인성검사 체제에 익숙해진 지원자들은 더 이상 공격성, 불안, 우울 등을 측정하는 문항에 ‘넘어가지 않는다’. ‘나는 우울한 편이다’, ‘자주 걱정을 한다’, ‘다른 사람을 때린 적이 있다’ 이런 문항들은 지원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이제는 파훼가 너무 쉽다. 문항을 척 보기만 해도 ‘불안을 측정하나 보다’, ‘공격성에 대한 거네. 피해야겠어’ 이런 생각을 하기가 쉽다(이런 문항들의 경우 안면타당도가 높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 대신 왜곡 반응에 매우 취약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래서 필자는 채용 인성검사에서 기존에 다루지 않았던, 새로운 부정적 특성들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필자는 마키아벨리적 성격Machiavellianism에 주목하고 싶다. 마키아벨리적 성격은 이름에서도 짐작 가능하듯 이탈리아 피렌체의 외교관이자 <군주론>의 저자인 니콜로 마키아벨리에서 유래한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그의 저서를 통해 현실 정치에 통용되는 냉엄한 사실들(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목적 달성,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하는 경우 등)을 지적해 왔는데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마키아벨리즘적 특성을 갖고 일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마키아벨리즘적 특성은 ‘성격’의 일종을 간주되며 성격심리학계의 중요한 연구 주제 중 하나로 다뤄지고 있다.



마키아벨리적 '성격'이라니


 마키아벨리적 성격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먼저 이들은 목표 달성을 위해 타인을 교묘히 조종하거나 속이면서 자신의 몫을 관철시키고자 한다. 둘째, 이들은 본질적으로 사람을 믿지 않는다. 누구나 가슴속에 검은 속내가 있다고 생각하며 어차피 인간은 자기 욕심에 따라 행동할 뿐이라며 냉소적인 시선을 보인다. 셋째, 도덕성과 실익을 저울질한다. (자신의 평판에 해가 될 수 있으니) 도덕을 준수하려 노력하지만 딱히 도덕적으로 행동해야 할 당위가 없거나, 비도덕적인 선택을 했을 때의 이득이 더 큰 경우에는 기꺼이 도덕을 버리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조종당하는 사람은, 자신이 조종당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조직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은밀하게 타인을 조종하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표면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인성검사로는 식별하기 어렵다. 불안, 우울, 공격성 등 기존의 부정적 특성을 측정하는 문항들로는 간파할 수 없는 것이 마키아벨리적 성격이다. 그러나 쉽게 발각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냥 놔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마키아벨리즘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장기적으로 조직의 건강과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능수능란하게 자신의 생각대로 상황을 이끌며 뜻을 관철하기에 겉으로 보기에는 믿음직해 보일 수 있지만 결국 자기 이익에 따라 움직이며 타인을 기만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대놓고 불량한 사람’은 초기 단계에서 거를 수라도 있지 마키아벨리적 성격을 가진 사람의 해악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을지 모른다. 자신의 입지, 평판을 지키기 위해 이미 교묘히 손을 써두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채용 장면에서 ‘대놓고 불량해 보이는 사람’을 가려내는 것뿐만이 아니라 ‘교묘하고 은밀한 방식으로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는 사람’ 또한 가려낼 수 있도록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평가를 통해 진정으로 조직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성검사 문항을 보완하거나(다행히 마키아벨리즘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가 심리학자들에 의해 마련되어 있다), 면접 등에서 관련 내용을 정비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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