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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호 Sep 14. 2024

창업지원사업, 되도 걱정 안되도 걱정

 너무 감사하게도 창업지원 사업에 선정이 됐다. 함께 선정이 된 팀은 여섯 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타깝게도 협약을 마친(진짜 지원 사업을 받는) 팀은 나를 포함 두 팀뿐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지원 사업의 협약 조건에 해당하는 부분 때문인데. 이 부분에 동의를 하지 못한 팀들은 협약을 포기했다.


 어떤 팀은 사업장을 찾기 어려워서, 어떤 팀은 사정상 진행이 어려워서라는 이유를 댔지만 실제로는 협약의 세부조건들을 이행하면서 사업을 할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 안타까움이 컸다.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가 조심스러워 적지 않는다.) 물론, 해당 세부 내용에 대해 수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다른 대표님들과 의견도 모으고 모아진 의견으로 요청서(?)도 제출했다. 그리고 담당자와 얘기도 했지만 변하는 것은 없었다.(요청내용에 대해 약간 조정은 했지만 사실상 의미 없는 조정에 불과했다.)


 사실 이렇게 낸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큰 안타까움을 느끼고 협약을 포기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에 대해 나름 진정성 있게 얘기하고자 했고, 지역에서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관계당국의 도움이 필요한데  이런 것들이 받아들여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는 것에 큰 실망을 했던 것 같다. 물론 난 협약을 진행했다. 사실 다른 대표들은 나이도 어리고 여기서 진행이 어려운 사업을 굳이 해낼 필요는 없었다. 그 시간에 취업을 해도 됐고, 다른 지역에서 사업진행을 해도 됐다. 하지만 나는 상황이 좀 달랐다. 어떻게든 사업을 진행해 보는 경험을 하고 싶었고, 몇 년 뒤면 청년 창업지원을 받을 수 없는 나이에 해당되기 때문에 일단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해 보기로 했다.


 지원금을 쓰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제출해야 될 서류도 많고, 사용 가능한 부분도 애매하고, 실제로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필요한 비용을 쓰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하나의 내용에 대한 증빙으로 몇 개의 서류를 만들어 내는 것도 효율적이지 않았다. 사실 서류를 만드는 것은 힘들지 않았지만 효율적이지 않은 일을 효율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회사에서는 이런 부당함이나 효율적이지 못한 시스템은 싸워서라도 효율적이게 만들 수 있지만 정부지원사업의 비효율은 싸울 대상도 애매했지만 싸운다고 바뀌지는 않는다는 결론이 보였다. 담당자에게 얘기해도 정부 지원 사업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매번 들으니 얘기하는 것이 더 스트레스가 되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원사업을 받아서라도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달랬다. 이런 기회를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많이 배우게 되었다. 처음 보는 서류들, 증빙들, 그것들을 처리하는 방식까지. 어디에 쓸지 모르겠지만 잘 배워두었다. 효율적이지 못하다 생각했던 일들도 몇 번 해보니 익숙해졌다. 이젠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감사한 마음으로 하려고 노력한다.


 힘들고 이해가 안 되는 일이 있더라도 지원사업은 기회다. 해보고 싶은 일을 해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기회.

누군가는 이 기회를 간절히 원했고, 나도 간절히 원했던 순간이 있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주어진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매일이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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