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창업지원사업 대면심사 날. 발표 시간은 오후 2시 40분. 점심을 어떻게 먹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나름 아마추어 배우를 취미로 10년 정도 했기에 누군가 앞에서 말을 하는 것이 떨리거나 긴장이 되거나 하지는 않는데, 잘해야 된다는 생각이 문제다. 준비가 완벽했다면 긴장을 좀 덜 했을까.
발표 시간은 15분, 연습을 했을 땐 14분 30초가량으로 안정적이면서도 남는 시간이 없는 적당한 길이였다. 막상 해보니 13분 정도, 긴장을 한 탓인지 말이 좀 빨랐던 것 같다. '2분 남았습니다.'라고 말했던 시점에서 10초 정도 더 말하고 끝났던 것 같다.
질문은 꽤 까다로웠지만 어느 정도 예상한 부분에서 나왔다. 근데 질문에 큰 의미는 없는 것 같았다. 질문을 위한 질문을 하는 느낌? 일단, 발표 내용에 있는 부분에 대한 질문이 있었고, 앞에 누군가 질문한 답변에 내용이 있어서 다시 대답한 경우도 있었다. 물론 '앞에서 얘기를 드렸지만...'이라는 말을 목구멍 언저리에서 겨우 삼켰다. 여러 차례 대면심사를 통해 눈치라는 게 생겼다. 역시 인간은 진화하는 동물인가.
마지막으로 할 얘기가 있나고 했다. 이 부분은 당연히 있을 질문인데 준비를 안 했다. 역시 등잔밑은 꽤 어두운 모양이다. 그렇게 하나하나 다 준비하면서 이런 당연한 것을 빼먹었으니. 적당한 애드리브를 생각해 내야 하는 시점이었다. 순발력아 제발 도와줘.
"앞에서 지적해 주신 대로 저는 관련 경험도 없고, 사업경험도 없어 많이 부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지원사업이 꼭 필요합니다."
음... 이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꽤 쓸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좀 자신 없어 보였나?'라는 좀 과한 생각이 눈치 없이 고개를 들었다. 결국 그 녀석은 한 마디를 더 내뱉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저는 잘할 수 있습니다."
응?? 이게 무슨 말이지? 겨우 내뱉은 말이 그거라고? 심지어 말 끝에서 목소리가 뒤집어졌다.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그것도 자신 없이 해버렸다. 물론 이 부분은 심사에 지대한 영향을 없겠지만... 괜히 찝찝하게 끝났잖아!
솔직한 내 마음을 전달했다. 그리고 그거면 됐다고 위로해 본다.
그 보다 솔직한 말이 있을까. "그러니까... 저는 잘할 수 있습니다."